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백10엔선에 바짝 다가서는 등 엔화가치의 하락세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같은 엔화약세로 국내 수출전선에는 비상이 걸렸다.

엔저는 곧 일본과의 수출경쟁에서 한국의 경쟁력 약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8일 도쿄외환시장에서 엔화가치는 장중 한때 달러당 1백9.38엔까지
떨어졌다.

이는 전날보다 1.56엔 하락한 것으로 작년 9월8일(1백11.22엔)이후 5개월
만의 최저치다.

엔화가치가 급락하고 있는 것은 일본의 경기회복세가 신통치 않은 탓이다.

일본경제는 작년 4.4분기에 2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사카이야 다이치 일본 경제기획청 장관은 최근 "작년 4.4분기에 상당폭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을 것"이라고 언급, 엔화약세를 부추겼다.

일본정부의 단호한 엔고저지 의지도 엔화 약세에 일조하고 있다.

미국의 잇따른 금리인상으로 미.일간 금리차가 더 크게 벌어지면서 일본
주식과 채권 등 엔화표시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메리트가 떨어진 것도 엔화
속락의 원인이다.

반면에 미국경제는 네차례의 금리인상에도 불구, 여전히 활황세를 지속하고
있다.

달러강세(엔화약세)가 이뤄질수 밖에 없는게 지금의 국제외환시장 상황이다.

외환전문가들은 엔화 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엔화가치가 달러당 1백10엔대로 떨어지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지적한다.

이같은 엔화약세로 국내 수출업계는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국 수출품목의 절반에 가까운 전기전자 등 46개 품목이 일본과 경합관계
에 있어 엔약세에 따른 수출부진은 불가피하다.

산업별로는 화학 전기전자 철강 수송 일반기계 등 중공업분야는 물론 섬유
등 경공업분야까지 동반부진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조승제 한국무역협회 이사는 "원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상승으로 가격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엔 약세마저 겹쳐 국내 수출업계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고 밝혔다.

< 박영태.이심기 기자 py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