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행천(51) 경수종합금융 사장이 회사를 인수한 리젠트퍼시픽의 요청을
뿌리치고 대표이사 사장에서 물러나기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박 사장은 "리젠트가 새로운 방식으로 회사를 경영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연임 제의를 사양했다.

박 사장은 8일 열리는 임시주총에서 사임할 예정이다.

후임에는 홍주관 전 SK생명 대표이사 부사장이 내정됐다.

리젠트는 경수종금이 종금사로는 드물게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이후
에도 줄곧 흑자를 낸 알짜 회사라는 점을 고려해 박 사장의 유임을 권유했다.

아울러 인수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박 사장의 협상 능력도 높이 샀다는 후문
이다.

박 사장은 지난해 매각 협상을 지휘하면서 액면가(5천원) 수준에 맴돌던
경수종금 주식을 주당 1만5천원씩에 매각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당시 금융계는 종합금융회사들이 신용 상실로 어려움을 겪는 마당에 적은
규모의 지방 종금사 매각가격이 영업권 프리미엄을 포함해 액면가의 3배나
되자 크게 놀라워 했다.

박 사장은 자리를 내놓으면서 다른 임직원들의 고용 승계를 리젠트에 요구해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82년 뒤늦에 경수종금에 입사해 전무이사(97년)와 사장(99년)을
지내며 회사 살림을 챙겨 왔다.

< 김수언 기자 sookim@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