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론조사의 가장 큰 특징은 벤처열풍의 주인공들인 벤처기업인과
벤처금융인이 현재 벤처기업 주가가 거품이 심하다고 자체 진단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벤처기업의 급성장에 대해 올초 전경련이 벤처거품론을 제기했으나
정부측에서 기존 "굴뚝산업"의 질시 정도로 치부해 사그라들었다.

벤처 주무관청인 중소기업청은 벤처기업으로 산업구조가 바뀌는 것이 큰
흐름이라 보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시장문란행위는 일시적인 "성장통"으로
해석했다.

이번 조사결과는 이런 인식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풀이된다.

벤처기업을 직접 운영하는 기업인(76.7%)과 이런 기업에 투자를 하는
벤처캐피털리스트(80.8%) 금융기관(75.0%) 종사자 가운데 스스로 벤처기업에
대한 고액평가가 거품이라고 지적한 사람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았다는
점이 이런 도전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여기다 증권사 등 금융기관(80.0%)과 벤처캐피털리스트(66.0%)는 자신들의
벤처투자 행태마저도 비도덕적이라고 자성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그동안 벤처기업 당사자들도 물론 이런 지적을 했다.

성공적인 벤처기업인으로 꼽히는 안철수 바이러스연구소소장이 지난해
벤처거품론을 제기했으나 벤처열풍에 휩쓸려 나갔다.

목소리 큰 벤처기업인들은 "빈대 잡는다고 초가삼간 태우지 말라"고 반격
했다.

주가뻥튀기기, 거품조장 등 시장남용 행위와 벤처투자기관들의 비도덕적
탈법행위에 대해 중소기업청은 인력이 없다고 둘러대고 금융감독원은 내
일이 아니라고 "모르쇠"하고 있다.

정부기관 전체가 비판자제라는 "암묵적 카르텔"을 형성해 왔다.

따라서 지금처럼 도덕적 해이를 제도적으로 조장하는 벤처정책과 규율을
잃은 시장질서는 재정비돼야 할 필요가 크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벤처가 경제에 활기를 공급하고 고용창출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지만
시장질서를 확보하지 않은 벤처바람은 곧 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주가거품으로 벤처투자에 피해를 보면 더이상 투자자가 몰리지 않는다.

그러면 어렵사리 지펴온 벤처의 불씨마저 사그라질 우려가 있다.

이럴 경우 기업가정신이 충만한 벤처.중소기업 위주로 경제개혁을 펼쳐가는
장점마저 퇴색될 수 있다.

한편 이번 조사는 벤처기업인 벤처캐피털리스트 금융기관 경제전문가 여론
선도층 등 5개 집단에 질문서를 균등하게 60개씩 할당, 각 집단의 응답자도
무작위로 추출해 편차를 가급적 최소화했다.

< 안상욱 기자 sangwoo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