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작년에 10%대 고성장과 1%미만 물가상승률을 기록하면서 미국식
신경제(new-economy)가 한국에서도 가능할지에 대한 논의가 싹트고 있다.

앞으로 연간 6%대의 안정성장과 3% 이하로 물가상승률을 억제할수 있다는
정부의 장밋빛 청사진도 "한국판 신경제"의 기대감을 부풀린다.

최근 민간 경제연구기관들은 한국판 신경제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타진
하는 연구보고서를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멀었다"는게 중론이다.

대우경제연구소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비 지출(1997년,
2.8%)은 미국(2.7%)이나 일본(2.9%)보다 낮지 않지만 질적으로는 크게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1993~98년중 미국의 컴퓨터와 정보통신산업에 대한 투자는 전체 설비투자
의 30%를 넘었지만 한국은 1993~95년 10.4%에 불과했다.

신경제 진입이 이동전화와 인터넷의 보급 등 첨단기술산업의 발달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도 문제.

전체 산업에서 컴퓨터 사무용장비 통신장비 등 고도첨단산업이 차지하는
비중(5.4%)은 미국보다 높지만 통신 금융 보험 등 서비스 부문을 포함한
지식기반산업의 비율(40.3%)은 미국(55.3%)은 커녕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50.9%)에도 못미친다.

LG경제연구원은 미국과는 다른 한국경제의 현실적 제약여건을 강조한다.

외환위기 직후 부실채권 처리와 금융구조조정 과정에 있는 한국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같은 탄력적인 금리정책을 펴기 어렵다는 것.

게다가 "강한 달러"를 통해 물가상승을 억제했던 미국과는 달리 경상수지
적자 누적을 걱정해야 하는 한국으로선 원화가치 절상을 언제까지 용인할
수도 없다는 지적이다.

이들 민간 연구기관은 섣부른 "신경제" 논의에 앞서 규제완화와 경쟁환경
조성을 통한 산업 전반의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일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대우경제연구소 관계자도 행정규제의 최소화와 금융시장의 효율성 면에서
한국은 미국식 신경제를 이룩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 박민하 기자 hahaha@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