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의 해외투자가 격감하고 있다.

투자패턴도 현지사업의 구조조정이나 확장중심이고 신규투자는 극히 드물다.

반면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들의 해외진출은 활기를 띠고 있다.

3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직접투자는 1천1백72건에
43억9천만달러로 96년의 1천8백6건에 62억9천만달러보다 각각 35.1%, 30.2%
감소했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지난해 해외투자건수가 87건에 불과해 96년의 3백9건에
비해 72%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투자의 대부분은 현지법인 차입금 상환 등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증액투자가 대부분을 차지했고 신규투자는 10.3%인 3억7천만달러에 불과했다.

삼성의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거점확보 차원에서 적자를
보더라도 해외투자를 늘렸으나 IMF 체제이후 수익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투자마인드가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IMF체제 이전만 해도 인건비 등 원가압박 때문에 국내에서 가격
경쟁력 없는 부문을 중심으로 해외진출이 이뤄져 왔다"면서 "하지만 국내
에서 경쟁력 없는 사업은 해외에 나가더라도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 해외
투자전략을 전면 수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의 투자축소는 부채비율 축소 등 구조조정과 해외은행의 차입금상환
요구 등으로 인해 신규투자 여력이 부족한데도 기인한다.

LG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현지금융에 대한 본사의 지급보증
이 금지된 것도 해외투자 축소의 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현대 관계자는 "IMF체제 이후 신인도 하락으로 해외에서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것도 해외진출이 위축된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에반해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의 경우 작년을 고비로 투자가 되살아나고
있다.

중소기업의 경우 투자금액이 지난 98년 4억3천만달러에서 작년에는
6억9천만달러로 60.5%의 증가율을 보였고 투자건수도 4백건에서 6백45건으로
61.3% 늘어났다.

개인사업자의 경우에도 98년보다 투자건수는 1백11.5%, 투자금액은 1백20.0%
각각 증가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국내 사정이 좋지 않아 해외로 눈을 돌린 중소기업들
이 많았다"며 해외투자가 증가한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해 해외투자실적을 업종별로 보면 제조업이 전체 투자금액의 53.3%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무역업 24.0%, 건설업 1.4% 등의 순이었다.

지역별 비중은 북미 35.8%, 아시아 33.9%, 유럽 19.6%, 중남미 6.4% 등으로
아시아보다 미국 등 북미에 대한 투자비중이 커졌다.

< 김병일 기자 kbi@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