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PC 사려면 일주일은 기다리셔야 합니다. 고객은 재촉하는데 창고에
물건이 없어 대리점만 속이 탑니다" (S컴퓨터 서울지역대리점 관계자)

"지난 해에는 PC 15대를 구입하면서 어음으로 결제했는데 올해는 무조건
현금을 요구하더군요" (문구업체 구매담당자)

PC가 날개 돋힌듯 팔리면서 극심한 품귀현상을 빚고 있다.

PC를 사겠다는 사람은 늘었는데 물량이 제때 공급되지 않아 구매자는
현금을 들고도 한참 기다렸다 사는 형편이다.

업계에서는 최근의 인터넷 붐, 경기회복, Y2K(컴퓨터 2000년 연도표기오류)
문제해결 등으로 PC 수요가 폭증하고 있으나 업체의 내수시장 공급물량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어 구득난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PC업체의 올해 1월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었다.

99년 1월 6만9천대의 PC를 내수시장에 팔았던 삼성전자는 1월 12만대를
판매했다.

3만1천대를 판매했던 삼보컴퓨터는 8만대 이상, 1만7천대를 팔았던
LG-IBM도 2만2천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1월 1만대도 채 팔지 못했던 현대멀티캡은 올해 2만2천대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PC 주문 후 제품 인수까지 걸리는 시간도 크게 늘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예전에는 주문하면 대개 2~3일 안으로 배달됐지만
이제는 일주일에서 열흘, 길게는 보름까지도 걸린다"고 말했다.

삼보컴퓨터 관계자도 "전보다 제품 인도에 걸리는 시간이 2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등 대부분의 PC업체는 현재 라인을 풀가동하고
2교대로 생산하고 있지만 몰려드는 주문 물량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연말부터 PC 주문물량이 폭증하자 연간 생산대수
2백만대인 생산시설 규모를 3백만대로 늘렸다.

삼보컴퓨터도 지난해 안산공장의 라인을 2차례 증설한 데 이어 올 상반기
에는 부지를 매입, 공장을 한곳 더 건설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PC 수요급증의 원인으로 "인터넷 붐"을 꼽았다.

삼성전자 PC 사업부 관계자는 "최근 인터넷 비즈니스가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이자 개인 소비자들이 값비싼 사치품으로 생각하던 PC를 TV같은 생필품으로
인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초등학교 재학 이상의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이제 "교육을 위해서 반드시
PC를 구입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도 수요를 크게 늘리고 있다.

Y2K 문제가 지나가기를 기다린 대기수요도 몰리고 있다.

LG-IBM의 관계자는 "PC 구입 붐은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과거부터 연초 겨울방학 기간중 PC판매량이 일년중 가장 많은 현상을
보여온데다 인터넷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수요가 계속 확대될 것이란 설명
이다.

이에따라 당분간은 PC구득난이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 조정애 기자 jcho@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