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콜)금리 인상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일각에선 현재의 경제여건 및 장단기금리차를 감안할 때 4월 총선전에
단기금리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단기금리를 올릴 경우 금융불안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금리수준을 고수해야 한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 단기금리 인상론 확산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30일 KBS TV에
출연, 물가불안이 가시화할 경우 한은이 단기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점을
내비쳤다.

비록 조건이 달려 있기는 하지만 재경부 장관이 단기금리 인상문제를 거론
한 것은 이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31일 진념 기획예산처 장관에게 전달한 비공식
자료를 통해 장.단기 금리차 축소를 위해 단기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살로먼스미스 바니는 최근 내놓은 분석자료를 통해 한은이 총선 전인 3월
이나 4월에 열리는 금통위에서 단기금리 인상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이 회사는 그 근거로 <>2월중 작년 4.4분기 경제성장률이 발표되는데다
<>원화가치 안정을 위해 유동성이 대거 풀린 점 등을 들었다.

또 2월에 미국 등 선진국들이 금리를 인상할 것이며 한은도 금리인상 동조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은이 단기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고집하는 바람에 장.단기 금리차가 너무 벌어져 장기금리인상 기대만 형성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3월말까지 단계적으로 단기금리를 1.5%포인트 정도 인상해 한쪽 방향
으로 치우친 금리상승 기대심리를 진정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 단기금리 인상 반대론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현재 물가
가 특별히 불안하지 않으므로 단기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다"며 "단기금리를
잘못 인상하면 예상외의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단기금리 인상이 장기금리 상승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오히려 물가
불안을 부채질할 수도 있다는게 그의 견해다.

메릴린치도 분석보고서를 통해 총선거 전까지는 긴축정책이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메릴린치는 투신사를 둘러싼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모건스탠리도 "2000년에 한국의 투자활동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
되지만 2001년에 가서야 위기이전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며 상반기중 금리
인상이 없을 것으로 봤다.

<> 한국은행의 입장 =한은은 작년말까지만 해도 단기금리 인상 문제에 대한
논의를 극히 꺼렸다.

자칫 금융시장에 불안만 더할지 모른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나 요즘 한은 관계자들은 조금씩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전철환 한은 총재는 최근 "연중 통화신용정책은 물가안정 기반을 다지는데
중점을 두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한은은 대우채권을 편입한 투신사 수익증권의 환매비율이 95%로
높아지는 2월8일이후 환매사태가 생기지 않고 금융시장이 안정된다면 단기
금리 인상을 검토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단기금리 인상시기를 총선거 기준으로 나눠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시장이 안정됐다고 판단된다면 장.단기 금리차를 줄이기
위해 단기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현재 콜금리는 연 4.65%, 3년만기 회사채 금리는 연 10.12%로
장.단기 금리차가 5.47%포인트에 이른다.

이대로 가다간 금리작동 메커니즘이 붕괴될지 모른다는게 한은 내부의
시각이다.

< 이성태 기자 stee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