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과 천당"

자동차 알루미늄휠 업체인 동화상협의 차희철 사장은 지난 2년여간 업계의
부침을 이같이 표현했다.

동화상협의 공장 가동률은 지난 98년 50% 선에서 99년 하반기부터는
거의 1백%로 높아졌다.

일본과 수출계약을 맺고서도 수출을 포기해야 했다.

국내 자동차업체로 납품하는 것이 더 급했던 것이다.

현재 자동차부품업체들은 대부분 동화상협처럼 호황국면을 맞고 있다.

기아 사태와 자동차업계 구조조정, IMF 한파 등의 여파로 급격히 위축됐던
내수경기가 다시 급속도로 호전됐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부품업체들은 지난 98년 매출이 40% 정도 줄어들었으나 지난해에는
평균 50% 가량 늘어났다.

올해와 내년에도 20~30%의 높은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부품업계는 이미 통폐합과 모듈화 추세, 해외 부품업체로의 인수합병
등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나름대로 생존방안을 찾아야할 할 시점이다.

<>통폐합의 가속화 =부품업체들은 완성차업체의 구조재편에 대응하고
자체 구조조정 및 체질강화를 위해 공장이나 관계사를 적극 통폐합하고 있다.

서울차체가 자회사인 서울차량 서울차륜 등을, 한국TRW는 우진을, 우신공업
은 한영공업, 다성은 광덕금속, 서진산업은 진우을 각각 합병했다.

또 삼립산업은 기아차 램프 생산업체인 대우공업(옛 삼도기전), 화신은
통일중공업 자회사인 영일공업을 인수하는 등 자구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현대차는 기아중공업 기아전자 기아모텍 기아인터트레이드를 구조조정
전문회사에 매각했고 기아정기 한국AB시스템을 한국프랜지에 파는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현대의 경우 부품업체 통합작업을 올해중 본격화할 것으로 보여 업체간
부침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모듈화 추세 =완성차업계는 부품업체들의 효율적인 관리와 자사 자동차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부품 모듈화를 적극 추진중이다.

현대정공 만도기계 케피코 한라공조 서진산업 등 주요 부품메이커들은
일제히 모듈화 제품을 본격 생산하고 있다.

<>QS9000 인증 획득바람 =부품업체들은 궁극적으로 해외 공급선을 뚫어야
경쟁력을 갖춰 살아남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자동차업체에만 의존하다가는 자칫 거래관계 중단으로 폐업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을 업계 사람들은 인식하고 있다.

때문에 업체들은 3년여전부터 해외시장 개척에 본격 나서 수출을 위해
필수적인 미국 자동차 "빅3"의 QS9000 인증을 적극 획득하고 있다.

이 인증을 받은 업체는 99년 11월말 현재 2백26개사에 이르고 있다.

99년에만도 1백23개사가 획득했다.

<>외국 부품업체와의 자본제휴 및 인수합병 바람 =경기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부품업체들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외자유치를 적극 추진해왔다.

만도기계의 경우 자동차용 스타터를 생산하는 경주공장은 프랑스 발레오,
공조품을 만드는 아산공장은 UBS에 매각하는 등 대부분 공장을 외국계 부품
업체에 팔아넘겼다.

한라 계열사였던 캄코는 독일 보쉬, 한라일렉트로닉스는 독일 VDO사에
넘어갔다.

비스티온은 국내 최대의 자동차 공조품메이커인 한라공조와 내장재 전문업체
인 덕양산업을 인수했다.

현대 계열의 전장품메이커인 케피코는 기존 합작선이었던 보쉬와 일본
미쓰비시전기에 매각됐다.

< 문병환 기자 moo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