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과 장기신용은행의 합병은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지난해초 합병은행으로 재탄생한 국민은행 직원들 사이에선 이같은 얘기가
나돌고 있다.

최근 국민은행 노동조합이 옛 장기신용은행 출신 임원들에 대해 퇴진을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나서면서 내부갈등이 커지고 있다.

특히 임원을 선임하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두 조직간 밥그릇 챙기기 싸움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외부의 따가운 눈총
마저 받고 있다.

노조는 성명서에서 "합병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장은출신 직원들은 집단적
모임을 구성해 사사건건 은행의 조직문화를 모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사회 의장을 중심으로 한 장은출신 임원들이 그룹 화해나 은행경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주장이 은행 전체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외부 시선은
곱지 않다.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한 장은출신 직원이 은행을 떠나면서 국민은행의
조직문화를 비난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린데 대해 노조가 발끈, 이같은 주장을
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쪽에선 노조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주총이나 행장선임과 관련해서 일종의
힘겨루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은행 안팎에선 주총때 건강이 좋지 않은 송달호 행장이 물러날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소매금융이 대표인 국민은행과 도매금융으로 기반을 닦은 장기신용은행의
합병은 시너지(상승) 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됐었다.

장기신용은행이 벌여 놓은 기업투자가 최근 경기회복으로 적잖은 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은행 문화에 적응하지 못한 장은 출신 상당수가 은행을 떠났다.

남아있는 장은 직원들도 이번 노조의 성명서 발표와 같은 사태를 접하면서
착잡해 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보람은행과 합병한후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인 보람은행 출신들의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합병으로 탄생한 한빛은행도 새로운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애를 먹고 있다.

합병은 이미 1년 전에 이뤄졌다.

게다가 은행권은 2차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다.

전문가의 외부영입 등이 빈번해지고 더이상 "출신"은 문제가 되지 않는
시대를 맞고 있다.

합병은행의 갈등은 이제는 완전히 버려야 할 구태의 표본이 아닐까 싶다.

< 박성완 경제부 기자 psw@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