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중은행장들은 연봉으로 적어도 3억-4억원을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
됐다.

금융감독원이 올해 은행 주총에서 경영성과에 따른 임원 보수 차별화와
스톡옵션제 확대를 적극 주문하고 있어 국내에서도 5억원 이상 고액 연봉을
받는 은행장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은행 지배구조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금융연구원을 통해
최근 8개 시중은행장을 대상으로 면접 조사한 결과 최소한의 적정연봉으로
3억~4억원이 제시됐다고 16일 밝혔다.

은행장들은 현재 1억-1억6천만원의 연봉을 받고 있어 품위유지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행장의 연봉이 직원 평균연봉의 4배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최근 시중은행장들의 모임에선 기밀비가 폐지됐으니 행장이 내는 경조비를
5만원으로 통일하자는 얘기까지 나왔다.

한 시중은행장은 "업무의 질, 강도, 경영실패시 책임에 비해 현재 은행장
연봉이 너무 적어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일은행을 인수한 미국 뉴브리지는 새 행장에게 업무추진비 통역급여
등을 합쳐 연봉 3백만달러(약 34억원)를 제시했다.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도 금감위원장 재직 때 "국내에서도 연봉 30억원쯤
받는 은행장이 나와야 한다"는 소신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30억원이 많아 보일지 모르지만 은행장이 사심 없이
경영에만 충실해 은행의 부실을 예방하는 보험료로 보면 이것도 적은 것"
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은행장들의 연봉인상이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지난해초 한빛은행이 김진만 행장의 연봉을 1억2천만원에서 1억5천만원
으로 인상했을 때 "국민세금(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의 행장이 너무 많이
받는다"는 비난여론이 일어 곤욕을 치렀다.

금감원 내에서도 행장 연봉 현실화라는 당위성에도 불구, 이 점을 우려
하고 있다.

또 스톡옵션도 미국 등 선진국에선 최고경영자(CEO)가 대부분을 배분
받지만 국내에서 행장에게 몰아줄 경우 잡음이 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은행 관계자는 "행장이 50만주를 받는다면 전무는 30만주, 이사는 10만주,
부장은 5만주쯤 받아야 딴소리가 안나오는 풍토"라고 말했다.

< 오형규 기자 oh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