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13일 개각 직전 기자들과 만나 "그룹 오너들의
모임인 전경련은 없어져야 할 조직" 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상당수 그룹의 주인이 채권은행으로 바뀌었는데 전경련이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오너들의 클럽"으로 남아 기득권 지키기에만
주력해선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주의자를 자처하던 전경련의 간부가 대우자동차 처리에는 어느
틈엔가 국수주의자 목소리를 낸다"고 꼬집었다.

또 "전경련 간부들이 기업활동 자유를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재벌의 부정부패(탈세 등)에 대한 조사 중단이나 금융시장에서 대기업의
몫을 인정해 달라는 "떼쓰기"나 다름 아니다"고 비난했다.

그는 전경련이 지난 12일 코스닥시장 문제점을 지적한 보고서를 기득권
방어의 대표 사례로 꼽았다.

이 위원장은 보고서의 내용을 보면 사실상 재벌들 자신의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남의 돈을 끌어다 투자를 잘못하고 땅이나 주식을 샀다가
손해본 것이 누구냐고 반문했다.

그는 현대가 전남 순천 일대에 대규모 부동산을 산 것이나 삼성이 자동차
투자에 실패한 것을 들었다.

< 오형규 기자 oh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