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시장이 심상치 않다.

연초부터 주가가 급등락을 하고 금리는 6일째 야금야금 올라 두자리 숫자를
굳히고 있다.

상반기엔 더구나 자금시장에 도사리고 있는 ''복병''이 많아 금융시장 불안은
좀처럼 가시기 어려울 전망이다.

당장 가시권안에 들어와 있는 복병으로는 오는 2월8일부터 대우채권이
편입된 투신사 수익증권의 환매비율이 95%로 높아진다는 점이다.

투신사에 환매요청에 쏟아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정부는 투신사에 최소 10조원의 유동성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유동성 부족을 우려한 투신사들이 채권을 내놓는 탓에 금리는 계속
오름세다.

11일 회사채 금리는 연 10.29%로 전날보다 0.07%포인트 올랐다.

투신사들이 환매사태를 겪지 않고 무난히 넘기더라도 자금시장은 안심할 수
없다.

4월부터는 은행권의 단위형금전신탁 만기가 돌아온다.

단위형 금전신탁은 작년부터 판매됐다.

판매초기인 지난해 4월에는 5조1천억원의 자금을 끌어들였다.

5월(2조4천억원)과 6월(1조5천억원)의 만기물량도 상당하다.

은행들은 단위형 신탁으로 들어온 자금을 채권이나 주식 등 유가증권으로
운용했다.

따라서 은행들은 만기 이전에 보유 주식이나 채권을 팔아야 한다.

강인호 한빛은행 신탁운용부 과장은 "4월중 만기가 되는 6천억원 가운데
2천억원 가량을 주식으로 운용했다"며 "고객들에게 돈을 내주기 위해 만기
이전에 주식을 모두 팔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98년말부터 판매가 중단된 개발신탁의 만기도 상반기에 집중돼 있다.

개발신탁의 현재 잔액은 약 19조원이며 상반기 만기물량은 1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개발신탁은 기업대출과 연계된 "꺾기" 형태로 발행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발신탁을 발행한 은행 입장에선 만기때 돈을 지급
해야 하기 때문에 관련대출을 회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상환자금 마련을 위해 은행에서 돈을 빌리든지 회사채를 발행해야
한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은 98년 6월을 전후해 발행한 회사채가 문제다.

IMF체제 직후 회사채를 발행할 수 없었던 투기등급 기업들은 당시 보증보험
회사들의 보증을 받아 무더기로 채권을 발행했다.

그 때엔 보증보험의 보증이 예금자보호 대상으로 분류됐다.

그래서 투신사들이 투기등급 채권을 많이 사줬다.

주로 2년짜리였다.

이들 채권의 만기가 이번에 돌아온다.

그러나 차환발행(회사채를 상환하기 위해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임찬익 한화증권 채권팀장은 "투기등급 기업들의 신용도가 그동안 크게
개선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주식형 수익증권의 만기물량도 상반기중 22조원을 넘는다.

현재 주식형 수익증권 잔액(55조원)의 절반가량이다.

이에따라 주식시장에 물량부담이 늘 것으로 보는 견해들도 적지 않다.

< 이성태 기자 steel@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