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취미는 영화감상, 좋아하는 연예인은 핑클입니다"

윤정석(37) 산은캐피탈 영상투자팀장.

고려대 경영학과(81학번)를 졸업한 그는 10년 경력의 중견 벤처캐피털리스트
다.

하지만 사내에선 새내기 사원 뺨치는 신세대로 통한다.

무스로 세련되게 넘긴 머리, 베스트 드레서로 뽑힌 센스있는 옷차림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장난기있는 웃음과 농담으로 사무실 분위기를 항상 밝게 만든다.

n세대 젊은이들의 새로운 유행도 거리낌없이 소화해낸다.

인기그룹 핑클의 열렬한 팬임을 자처, 주책이라고 놀림을 받을 정도다.

신입사원 면접땐 너무 앞서가는 질문을 해 면접자들로부터 같은 또래의
선배사원으로 오해받기까지 했다.

이렇게 엉뚱한(?) 윤 팀장이 맡은 투자분야는 영화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

그는 영화전문지 시네21의 지난해 창간기념호에서 뽑은 "국내 영화계를
움직이는 50인"에 들 정도로 영향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가 처음 자금을 댄 영화는 지난해 1월에 5억원을 투자한 "닥터K".

이 영화는 흥행에 참패, 본전도 건짖 못했다.

그렇잖아도 영화를 이머징 산업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오락수단 정도로만
생각하는 임원들의 눈총을 받은 건 당연했다.

"영화는 사업성이 없으니 투자하지 마라"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하지만 영화를 21세기를 이끌 핵심 콘텐츠 사업이라고 믿는 그의 기대는 곧
적중했다.

곧 이어 4억원을 투자한 "쉬리"가 한국영화 사상 최대의 관객을 동원하는
대박을 터뜨린 것.

그 결과 더이상 영화투자를 말리는 사람은 없어졌다.

이후 5억5천만원을 투자한 "이재수의 난"은 뛰어난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5억원을 댄 화제의 한국산 애니메이션 "용가리"는 이를 만회하는
짭짤한 수익을 안겨줬다.

또 톱가수 유승준의 뮤직비디오 제작에도 3억5천만원을 투자해 앞서가는
마인드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

웹인더스트리얼이 만드는 이 CD롬 타이틀은 유승준을 사이버 캐릭터로
만들어 3차원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게 된다.

새 천년을 맞은 그는 이미 새로운 영화 3편에 투자를 마친 상태다.

씨네마서비스의 "비천무" "유린네이션" "플란다스의 개"에 모두 10억원을
투자한 것.

이제 영화의 핵심 성공요소인 기획(시나리오), 배급, 마케팅능력을 어느
정도 평가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그가 성공을 확신하는 이들 영화가 어떤 성적표를 가져다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해엔 모두 50억원 이상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투자할 계획"이라는
윤 팀장은 "문화관광부 산하의 영화진흥위원회와 1백억원 규모의
영상투자조합을 결성하는 것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02)3160-402

< 서욱진 기자 ventur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