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수수율인하 공방에서 비롯된 현대 롯데 신세계백화점의 BC카드 사용
거부 조치가 상당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만명의 고객이 찾는 대형상업시설인 백화점에서 신용카드
사용이 거부된 것은 한국에 신용카드가 도입된 지난 1978년 이후 사상 초유의
일로 관련업계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체와 신용카드사간 수수료율 인하 논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
됐다.

외식업체등은 카드사들의 영업환경이 호전됐다면서 시민단체와 연대해
가맹점 수수료율을 인하할 것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

그러나 대형 유통업체인 백화점들의 실력행사는 양자간 대결을 넘어 다른
업종으로도 충돌이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유력백화점들이 수수료율 인하를 주장하면서 곧 바로 카드사용을 거부하는
등 실력행사에 들어간데 대해 카드업계는 여론을 등에 업은 백화점들의
제몫 챙기기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율을 내리면 업소들의 카드사용 활성화에 기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회원들에게 직접 금전적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백화점들이 카드사와 충분한 협상없이 실력행사에 들어간 것은 소비자들
의 편의를 무시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특히 현대 소비생활의 중심인 백화점에서 신용사회의 상징인 카드사용이
봉쇄되는 것은 이해관계를 떠나 시장 경제의 룰을 깨는 행위라는 시각도
적지않다.

비자카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수수료율 조정은 카드사와 가맹점간에
내부협상으로 타결지어야지 해당 가맹점에서 소비자들의 카드 사용을
거부하는 것은 선진국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라고 비판했다.

비씨카드는 백화점 3사가 첫번째 공격대상으로 비씨를 택한 이유에 대해
비씨가 회원수(6백여만명)에서 국내 최대인 점을 지목, 백화점들의 카드사
길들이기 의미도 담겨져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백화점 3사는 비씨카드가 할인점에 대해서는 1.5%의 수수료를 받는
반면 유독 백화점에는 할인점의 두배수준인 3%의 수수료를 매기는 것은 이해
할 수 없다며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양측간의 충돌로 수수료율을 둘러싼 카드회사와 가맹점간의 확전은 불가피
해졌다.

비씨 삼성 외환 LG캐피탈등은 이달 10일을 전후해 수수료율을 조정할 계획
이지만 업종별 인하률이 달라 해당 업체와의 논란과 마찰이 상당 기간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가맹점의 일방적인 카드사용 거부조치는 이같은 행위를 할수 없도록
한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을 위반하는 것이어서 백화점측의 실력행사가
장기화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또 신용카드들사도 카드사용 확대에 따른 시민들의 수수료율 인하 압력을
무시할 수 없어 막후절충을 통한 양측간 타협이 곧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

< 최인한 기자 janus@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