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뛰고 국내에선 기고"

국경을 넘어선 대경쟁시대, 국산 전자제품의 요즘 모습이다.

해외에선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시장이 늘고 있는 반면 국내에선 일제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수입선다변화 해제로 일산 전자제품 수입이 전면자유화되면서 일본업체들의
한국 시장 공략이 본격화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캠코더처럼 일제가 이미 절반이상의 시장을 차지하는 품목도 생겨나고 있다.


<>늘어나는 해외시장 1위품목 =세계 각국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국산 전자제품이 크게 늘고 있다.

전자산업진흥회및 업계에 따르면 컬러TV의 경우 삼성전자가 헝가리 등
15개국에서, LG전자가 12개국에서, 대우전자가 4개 국가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하는 등 국산제품이 점유율 1위에 오른 국가가 31개에 이르고 있다.

전자레인지는 대우전자가 지난해 유럽시장 전체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
30개 국가에서 국내업체들이 1위를 해 우리나라가 세계 1위 생산국으로
부상했다.

냉장고는 LG전자가 예멘에서 60% 시장을 차지하는 등 22개국에서, 모니터는
24개국에서 국내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세탁기와 에어컨은 14개 국가시장을 석권했고 휴대폰은 삼성전자가
브라질, 이스라엘 등 6개국 CDMA(부호분할다중접속방식) 휴대폰 시장에서
1위로 올라섰다.

국산 전자제품이 이처럼 선전하고 있는 것은 가격과 품질면에서 경쟁력이
있는데다 국내업체들이 선진국기업이 상대적으로 소홀히 한 중동 중남미
동유럽 등 신흥시장을 집중 공략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97년말 경제위기 이후 국내업체들이 강력한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펼친 것도
한 요인이다.

전자업체들은 또 아직 점유율이 낮은 선진국 시장의 경우 디지털TV를
비롯한 차세대 정보가전 제품을 앞세워 1위에 도전하고 있다.


<>일본 공세 거세지는 국내시장 =해외에서 점유율을 높여가는 것과는 달리
국내시장에선 일제 공습이 거세다.

캠코더 전기밥솥 휴대폰 VTR 등 수입제한에서 풀린 일본 제품들이 국내시장
을 빠른 속도로 잠식하고 있다.

품목별로는 보면 캠코더의 경우 지난해 1~11월동안 전년동기보다 2천5백54%
증가한 1천9백80만달러어치가 수입돼 수입 캠코더 시장의 94%를 일제가
차지했다.

98년 2천달러에 불과했던 전기밥솥 수입이 2백50만달러로 늘어났고 VTR도
1백만달러에서 3백만달러로, 25인치이상 컬러TV는 50만달러에서 80만달러로
각각 증가했다.

휴대폰은 신세기통신 등의 수입에 힘입어 4만달러에서 5천1백60만달러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나타냈다.

소니 JVC 샤프 산요 도시바 등 일본전자업체들은 막대한 돈을 한국내
마케팅에 쏟아붇고 통신판매 백화점 전자양판점 사이버쇼핑몰 등 다양한
유통채널을 활용해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이들은 IMF 관리체제로 한국 사회가 사실상 전면개방되면서 일제에 대한
거부감이 옅어지는 것을 호기로 활용하고 있다.


<>더욱 치열해질 한일간 경쟁 =한국과 일본은 세계 가전시장 1,2위를 다투고
있는 전자대국이다.

한일간 경합은 디지털 가전제품 시장을 둘러싸고 앞으로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업체들은 디지털 기술에서 일본과 맞먹는 수준에
올라있어 세계 시장을 놓고 한판 싸움이 예상되고 있다.

국내에서 일제가 얼마나 시장을 잠식할 것인가를 예측하기란 어려우나
업계는 최대 20%안팎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일제의 경우 성능에 비해 가격이 비싸고 애프터서비스가
취약한 문제점이 있다"며 "일제가 얼마나 국내시장을 잠식할 것인가는
소비자들의 외제 선호성향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 강현철 기자 hcka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2000년 1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