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 새 경영진이 우여곡절끝에 27일 선임됐다.

이번에 선임된 3명의 사장은 한결같이 내부사정에 밝은 인물들.

당초 예상과는 달리 대우차를 비롯한 주요계열사에서 요직을 맡아온 인사들
이다.

이는 매각협상전에 일단 회사를 안정시킴으로써 기업가치를 최대한 높여
보겠다는 채권단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들은 앞으로 선임될 회장과 함께 대우차 조기 경영정상화라는 중임을
맡게 된다.

이로써 매각을 포함한 대우차 처리속도는 크게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임 경영진 면모 =대우자동차 해외담당 사장을 맡게된 김신정(55) 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전형적인 재무기획통.

지난 68년 신진자동차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 30년이상 자동차업계에
몸담아오면서 일찌감치 차기 사장후보로 거론돼온 인물이다.

국내담당 정주호(54) 사장은 대우그룹 해체직전까지 그룹구조조정본부장
이라는 중책을 맡았던 인물로 대우자판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주)대우에서 런던지사장, 대우전자에서 부사장을 각각 지냈다.

또 대우자판의 신임 박성학 사장(57)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의 자동차
세일즈맨.

80년대 후반 현대자동차 미국법인장과 캐나다 법인장을 지내면서 현지
액셀신화를 창출한 주역이었다.

지난 92년 대우에 스카웃돼 대우자판사장 수출담당부사장 등을 지냈다.


<>새 경영진의 과제 =이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결코 적지않다.

우선 대우차에 대한 정상적인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추진이 급선무다.

신임 대표는 이를 통해 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그동안 대우차는 사실상 경영공백상태를 지속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태구 사장을 비롯한 전임 경영진들이 전사적인 판촉활동 등으로 나름대로
힘을 쏟았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따라서 신임 경영진은 빠른 시일내 채권단과 양해각서를 체결, 기업개선작업
을 충실하게 펴나가고 신규자금도 지원받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새 경영진에게 남겨진 두번째 과제는 독자적 생존능력을 배양하는 것이다.

채권단이 강력하게 요구하는 사항이기도 하다.

현재 대우차는 제한적 경쟁입찰을 전제로 매각작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매각시기는 미정이다.

국제입찰에 따른 실사기간 등을 감안하면 장기화될 조짐도 없지않다.

만약 대우차가 조기에 자체 정상화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채권단의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향후 매각협상시 기업가치 하락도 우려된다.


<>문제점 =대우차의 조기정상화가 가능하느냐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대우차는 일반적인 워크아웃 기업보다 훨씬 자금사정이 좋지않다.

5년간 원금유예와 우대금리 이하의 이자를 적용해도 현금흐름이 개선되지
않을 전망이다.

또 채권단이 2조원이상의 신규자금을 지원한다고는 하지만 대부분 무역금융
에 투입된다.

자동차 회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R&D 투자여력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대우차 지원을 둘러싼 채권단내 이견도 문제다.

(주)대우가 감당할 수 없는 부채로 법정관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권이 선뜻 자금을 내주겠느냐는 지적이다.

특히 신규자금 지원문제를 놓고 확약서 제출을 거부하고있는 투신권을
설득하기가 쉽지않다.

모 투신사 관계자는 "자체 부실로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입장에서 남의
부실까지 떠안으려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 조일훈 기자 jih@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