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생명은 지난 97년 태국 바트화 거래로 손실을 입은 것과 관련, 거래를
주선한 미국 투자금융회사 JP모건을 상대로 9천만달러(1천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반환하라는 소송을 현지시간으로 20일 오후 뉴욕법원에 냈다.

이번 소송은 IMF 체제직후 SK증권 등이 JP모건을 상대로 낸 소송과 비슷
하지만 이미 지급한 금액을 다시 내놓으라는 것이어서 주목을 끈다.

게다가 대한생명의 대주주가 예금보험공사인 만큼 소송의 당사자가 실질적
으로 금융당국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갖게 한다.

대한생명은 IMF 체제가 터지기 전인 97년 1월 주식대여매매(대주)를 위해
JP모건에서 2천5백만달러를 빌린 다음 환율변화에 따른 위험회피를 위해
태국 바트화 파생상품 거래를 했다.

그러나 대한생명이 추진했던 대주거래는 당시 재정경제부가 허락하지 않아
이뤄지지 못했다.

그런데도 대주거래를 전제로 한 환율위험 회피용으로 바트화 파생상품거래를
했고 그 후 바트화가 폭락,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바트화 파생상품거래는 JP모건이 대한생명에 빌려 준 2천5백만달러의 환율
변동위험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TRS라고 불리는 이 파생상품거래는 태국 바트화가 오르면 이익을 보지만
떨어질 경우 큰 손해를 볼수 있도록 설계됐다.

바트화는 대한생명이 투자한 이후인 97년 7월부터 폭락했다.

대한생명의 소송을 대리한 미국 맥더멋 법률회사측은 대생이 원리금 포함
8천3백만달러의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맥더멋은 이에따라 그간의 이자 등을 포함, 9천만달러를 반환해 달라고
JP모건에 소송을 낸 것이다.

이번 소송을 국내에서 준비한 대륙법무법인은 대한생명의 차입, 대주거래가
이뤄지지도 않았는데 헤지거래가 일어난 점과 바트화거래 하락에 따른 손실
가능성을 JP모건이 성실하게 알려주지 않은 점 등 많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
했다.

우선 보험회사가 관련 법상 차입할수 없는데도 2천5백만달러를 빌릴 수
있게 한 것은 규정위반이라고 대륙은 지적했다.

또 바트화관련 파생상품거래는 대생이 추진했던 대주거래를 전제로 한
것으로 대주거래가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파생상품거래도 원인무효라고
덧붙였다.

게다가 이미 파생상품거래를 한 이후에는 바트화 변동에 따른 대생의 손실
가능성을 JP모건이 충분하게 인식시켜 줬어야 하는데도 이를 게을리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따라 부당이득, 사기나 기만 등의 소송요건이 갖췄다고 주장했다.

JP모건측은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관련 법률회사 등의
자문을 받았으며 당시 여건상 불가피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고광철 기자 gwang@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