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 이후 외환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정부부문이
비대해졌다.

분명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추구하는 세계적인 추세와는 거리가 먼 현상
이었다.

구조조정 마무리를 위해 내년에도 정부의 역할이 어느 정도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부에 의한 비효율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많은 시중은행들을 정부가 소유하게 되면서 새로운 관치금융의 도래가
회자되기도 한다.

정부도 이같은 지적을 감안해 앞으로는 가급적 시장자율에 맡기는 쪽으로
경제정책을 펴겠다고 밝히고 있다.

내년 한국경제는 경제활동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민간의 자율적인 의사결정
으로 대체되는 과도기를 겪게 될 전망이다.

<> 작은 정부 가능할까 =세계화의 진전과 함께 정부의 기능은 크게 축소될
전망이다.

자본이 해외로 유출돼 국내 산업이 공동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경제활동과 관련된 각종 규제를 풀지 않으면 안된다.

세계화가 극단적으로 진행된 상태에서는 각국 정부의 고유권한으로 인식돼
있는 경제정책이나 통화정책, 심지어 복지정책까지 세계적인 단일 규범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있다.

인터넷의 보급과 비정부기구(NGO)의 역할 증대도 정부의 영역을 줄이는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 민영화 어디까지 갈까 =공기업뿐만 아니라 경찰업무까지 민영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민영화 일정이 잡혀 있는 전력 통신부문 외에 철도 우편 등의 업무도
20년 내에 민영화가 예상된다.

다만 공공성이 강한 공기업은 운영권만 민간에 넘기는 형태가 유력하다.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수도 도시청소업무는 물론 단순 방범업무까지
민간에 위탁될 것이다.

이밖에 국민연금과 의료보험 실업보험 등과 같은 사회보험도 부분적으로
민영화될 것으로 보인다.

<> 정부조직 어떻게 바뀔까 =산업정책의 범위가 제한되면서 산업자원부
농림부 해양수산부 등은 운신의 폭이 좁아질 전망이다.

환경부나 교육부도 업무의 상당부분을 NGO에 넘겨 주면서 비슷한 처지에
놓일 것이다.

보건복지부 역시 각종 사회보험의 민형화와 복지정책의 세계적인 동질화
경향으로 몸집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인터넷의 사회적 파급력이 커지면서 정보통신부의 역할이 확대되고
대외교섭을 지휘하는 외교통상부의 위상도 높아질 것이다.

<> 재정적자 얼마나 심해질까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누적된 정부
부채 때문에 2006년까지는 재정적자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06년 정부부채는 2백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후 재정흑자 기조로 전환되더라도 2030년께 국민연금문제로 다시 대규모
재정적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통일문제까지 겹칠 경우 재정적자 규모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어날 수 있다.

<> 세금구조의 변화는 =노령화 추세에 따라 사회보장관련 지출이 늘면서
조세부담률이 점차 오를 전망이다.

현재 18%대인 조세부담률은 2020년께 선진국 수준인 25%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이나 의료보험에 내야 하는 보험료까지 포함하면 30%대에 이를
것이다.

관세장벽의 제거와 전자상거래의 발달로 관세수입은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자본이동이 자유로와지면서 각국 정부는 기업유치를 위해 법인세율 인하
경쟁을 벌일 것이다.

<> 인터넷 국민투표 가능할까 =가까운 장래에 모든 가정이 초고속 통신망
으로 연결되고 TV와 통합된 PC가 집집마다 설치되면 정부에 대한 민원은
대부분 인터넷으로 처리될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한 국민투표가 가능해지면 국가의 주요사안은 국회의 의결보다는
국민투표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이에 따라 국회는 행정부를 감시하고 법률을 심사하는 정도로 기능이 약화될
전망이다.

<> NGO의 힘은 어디까지 =입법 사법 행정 언론에 이어 다섯번째 권력기구로
불리는 NGO는 점차 행정부와 입법부의 일부 기능을 수행할 정도까지 성장할
것이다.

특히 행정부 기능중 환경과 교육업무가 NGO에 위임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가 갖고 있는 행정부 견제기능도 NGO로 이전될 것이다.

인터넷 보급으로 일반 대중에 대한 NGO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현재 언론이
지닌 위상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

<> 공무원의 채용.승진.보수체계는 =정보화.지식화 사회에서 고시를 통해
전문가를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정부조직이 수평조직으로 바뀌고 직급과 보수가 분리되는 현상도 나타날
것이다.

공무원 보수는 점차 민간기업 수준에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 국방과 치안제도는 =현재의 의무복무제는 모병제로 바뀔 것이다.

미래의 군사력은 병력 수보다 하이테크 병기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전문가에 크게 의존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남북통일이 이뤄질 때까지는 의무복무제의 기본틀이 유지될 전망이다.

치안문제는 개별 지자체가 책임을 지게 되고 단순 방범활동은 민간 경비업체
에 위탁될 것이다.

일반 경찰은 범죄수사에 역할이 한정될 것으로 보인다.

<> 지방정부의 권한은 =정부주도의 성장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에 중앙정부
가 가진 권한이 지방정부로 대폭 이양되는 것이 불가피하다.

중앙정부 역할은 외교 통상 국방 범죄수사 등의 핵심적인 기능으로 한정될
것이다.

남북한 긴장완화에 따른 경제적 교류의 확대도 지자체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비즈니스 위크지가 "21세기 21가지 아이디어"라는 기사에서 "뉴욕시가
하나의 국가로 독립할지도 모른다"고 예측할 정도다.

< 박민하 기자 hahaha@ked.co.kr
이용만 LG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ymlee@erinet.lgeri.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