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총선 이후에는 어떻게 될까.

요즘 중소기업인의 관심사다.

중소업체가 몰려있는 남동공단이나 반월공단의 기업인을 만날 때마다 기자가
받는 질문이다.

불과 몇달전까지만 해도 대우사태와 11월 금융대란설에 조마조마하던
중소기업인들이 이제는 내년 4월이후의 정책향방에 마음을 졸이기 시작했다.

왠지 모르게 안개속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궁금한 내용은 몇가지로 요약된다.

주식시장의 호황이 계속될지, 특히 벤처와 코스닥열기가 그대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올해처럼 부도가 거의 없는 상황이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내년도 사업계획을 짜는 일이 쉽지 않다.

새천년을 맞아 가뜩이나 불확실성이 커졌는데 총선이라는 변수까지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총선이후에 대한 이들의 우려는 대충 이렇다.

경제 정책이 급선회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총선전까지 각종 재원을 동원해서 버틸 만큼 버티다가 총선이후 현실로
돌아가는 것이 아닌지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다.

다시 말해 긴축으로 돌아서고 이에 따른 금리인상 대출곤란으로 한계선상에
있는 기업들의 연쇄부도가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동시에 주식시장, 특히 코스닥시장의 거품도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빠지기
시작하지 않을까 보고 있다.

때마침 몇몇 이코노미스트들조차 내년도 경제전망을 총선전과 이후로 나눠
제시하면서 이런 우려는 증폭되고 있다.

예컨대 금리를 총선 전과 후를 나눠 전망하는 식이다.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내놨던 그동안의 관행과는 다른 것이다.

현장에서 뛰는 중소기업인들은 경제전문가는 아니다.

하지만 후각은 매우 발달해 있다.

동물적인 후각이 없으면 무한경쟁이라는 정글에서 살아나기 힘들다는 것을
오랫동안 체득해왔기 때문이다.

외환위기가 오기 전 몇몇 관변 연구기관이 한국경제에 대해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자 한마디로 "웃기는 소리"라며 코웃음을 친 중소기업인들이 많았다.

"물건이 안 팔려 다 망할 지경인데 무슨 뚱딴지같은 비전이냐"며.

1인10역을 해야하는 대다수 중소기업인은 정치에 관심이 없다.

쏟을 시간도 없다.

그런데도 총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경제위기 극복에 고생해온 중소기업인들에게 새천년을 맞아 줄 선물이
있다면 총선변수를 없애주는 것이다.

이들의 우려가 기우에 그치도록 만드는 것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경제현실을 정확히 설명하고 만일 문제가 있으면 총선이후로 미루지 말고
시의적절하게 대책을 내놓는 일이다.

고무줄을 너무 팽팽하게 당기면 끊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 김낙훈 산업2부 기자 nhk@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