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업계에 탈섬유화 바람이 거세다.

섬유 위주로 돼 있는 사업구조를 화학이나 생명공학 위주로 바꾸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업종을 아예 변경하거나 로고도 갈아치우는 곳까지 생겼다.

중국과 동남아지역 후발업체의 덤핑공세로 섬유업종의 수익성이 떨어지자
생존 차원에서 체질변화에 나선 것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4.4분기 들어 섬유업종으로부터의 탈피를 공식
선언하고 사업다각화에 나서는 섬유업체들이 부쩍 늘고 있다.

삼성의 모태 기업인 제일모직은 업종을 바꾸기로 했다.

89년부터 시작한 화학사업이 본궤도에 올라 화학부문 비중이 커졌기
때문이다.

제일모직은 올해 삼성물산에서 에스에스를 인수했음에도 예상매출액
1조3천억원중 47%(6천1백억원)가 화학사업 몫으로 예상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모니터용 난연 ABS 수지 시장에선 점유율 42%로 세계 1위,
TV용 난연 폴리스티렌은 20%로 세계 2위"라며 "내년에 화학부문 비중이 더욱
높아지게 돼 있어 5월쯤 증권시장 업종 분류를 섬유에서 화학으로 바꿀 계획"
이라고 밝혔다.

SK케미칼은 비중이 65%에 달할 정도로 섬유 중심으로 돼 있는 사업구조를
화학.생명과학 중심으로 바꾸기로 하고 관련사업을 집중 육성키로 했다.

사업영역을 섬유사업 중심의 성숙사업, 화학.수지 중심의 육성사업,
환경.생명과학 중심의 전략사업으로 나눠 개발전략을 수립,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내년에 9천억원의 매출에 4백억원의 경상이익을 내고 2002년엔
매출액 1조2천억원에 경상이익 1천억원을 각각 달성키로 했다.

(주)코오롱도 섬유로부터의 탈피를 빠르게 진행중이다.

오는 2005년까지 섬유 대 비섬유 부문 매출 비중을 3 대 7 정도로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코오롱의 매출구조는 올해 예상액 1조2천5백억원중 의류용 섬유가 5천억원
가량으로 50%가 안된다.

나머지는 산업용자재, 특수필름, 고기능성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의약 등
정밀화학 ,의료기기 등이다.

코오롱은 원료의약품 개발에도 적극 나서 원료의약품 전문업체로 성장한다는
목표도 갖고 있다.

섬유와 비섬유 비중이 절반씩인 삼양사도 의약부문을 집중 육성키로 했다.

항암제 원료인 제넥솔의 제형을 바꾸는 방식으로 개발한 신제품을 내년중
상품화해 의약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주)고합은 섬유업체란 이미지에서 벗어나 석유화학 원료 및 플랜트
엔지니어링 전문회사의 탈바꿈하기 위해 로고까지 바꿨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동남아지역 업체들의 참여로 섬유 공급과잉이 여전한
상태"라며 "면방.모방 업체가 아닌 섬유 관련기업들은 업종전환이나
사업다각화를 벌이는 곳이 많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 박기호 기자 khpark@ 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