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0년 국내최대의 국영 정유사인 대한석유공사(후에 유공(주)을 거쳐
SK(주)로 개칭)를 선경그룹(현재의 SK그룹)이 인수하는 과정에서 당시
보안사령관이던 노태우 전 대통령이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훗날 SK의 고 최종현 회장과 사돈을 맺었다.

산업자원부가 최근 펴낸 역대 상공.동자부 장관의 에세이집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에 이같은 증언이 실렸다.

최동규 전 동력자원부 장관은 "정유산업의 민영화"란 글에서 지난 94년
전두환 전 대통령과 골프를 치면서 유공 불하과정에 대해 대화를 나누던중
전 전 대통령이 "그때 유공을 선경에 넘기도록 한 사람은 보안사령관인
노태우야. 나도 잘 몰랐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유공 불하 당시 동자부 차관으로 재직중이던 최 전 장관은 "인수할 기업을
미리 선정하고 그 기업이 아니면 인수할수 없도록 인수조건을 각본에 맞게
정하는 것 같아 보였다"고 술회했다.

또 유공민영화과정에 형평성이 결여됐다고 말했다가 전두환 대통령으로부터
질책을 받았던 사실도 밝혔다.

한편 80년 5월부터 9월까지 동자부 장관으로 재직한 유양수 전 장관도
"공직과 소신"이라는 기고문에서 "이후 80년 7월 하순 선경의 C회장이
장관실로 직접 찾아와 단도직입적으로 유공을 자기에게 넘겨 달라고 요구해
유공 민영화에 대한 고위층 독촉의 막후인물이 C회장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전했다.

유 전 장관은 "C회장의 태도는 이 문제를 지금 최고권력자의 힘에 의지하고
있는 터에 "장관쯤이야"하는 생각이 엿보일 정도로 당당했다"고 전했다.

80년 9월에 제5공화국이 출범하면서 유 전 장관은 장관재임 3개월이라는
최단명 기록을 세우고 물러났으며 얼마후 유공은 선경에 불하됐다.

이에대해 SK측은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은 89년에 시작됐으며 석유공사
민영화는 80년 최규하 대통령때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또 인수당시 정부에서 6개항의 인수자격을 제시했고 당시 (주)선경의 원유
확보능력, 비축자금 조달능력 등 핵심요건에서 가장 높게 평가돼 인수하게
됐다고 밝혔다.

< 김성택 기자 idntt@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