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중국 텐진시 율남구 경제개발구 동영공예품 공장.

5백여평의 널다란 공장안에서 하루종일 재봉틀 소리만 들린다.

7백여명의 여성근로자들이 일하지만 사람 말소리는 한마디도 들리지 않는다.

근로자들의 표정은 진지하기까지 하다.

한국의 희림상사(대표 유시수)가 지난 93년 투자한 이 가발공장은 텐진
에서도 모범 기업으로 소문나 있다.

노사마찰 한번 없었다.

성장을 거듭한 건 물론이다.

백인 전용 가발만 만드는 이 회사는 지난해 중국 공장에서만 3백만달러
어치를 미국 등에 수출했다.

올해엔 4백만달러 어치를 내보낼 전망.

"미국 시장에선 최고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가격도 저렴해 인기가 높다"
(이규식 중국공장 대표)

한국에선 천덕꾸러기가 돼버린 가발기업이 중국에서 다시 옛 영광을 되찾은
셈이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 가운데 성공한 기업들이 적잖다.

한국에 비해 평균 10분의1밖에 되지 않는 저임금 장점을 활용한 것이다.

동영공예품도 그런 회사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성공한 한국기업 =중국 텐진에 진출한 한국기업은 약 5백여개사.

이들 대부분은 지난 92년 한.중 수교 직후 중국에 들어왔다.

국내 상장사인 케드콤(대표 김영수)이 단독 투자한 영한전자도 그중 하나.

컴퓨터 모니터 몰드와 위성방송수신기 등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올해
텐진시가 뽑은 50대 기업에 들어갔다.

영한전자는 올해 매출이 4천만달러에 달할 전망.

지난해 2천2백만달러에 비해 2배 가까운 신장이다.

지난 93년 진출한 후 거의 매년 비슷한 속도로 성장했다.

부산의 신발회사 동호실업이 투자한 성호실업(대표 권동칠)도 마찬가지.

롤러블레이드로 불리는 인라인 스케이트를 만드는 이 회사의 금년 예상매출
은 7천만달러.

작년 매출 5천4백만달러에서 30%나 불어난 규모다.

생산제품 모두를 미국 K2사에 납품하는데 독일시장에선 시장점유율이 65%에
달한다.

인라인 스케이트의 신발을 부드러운 천으로 만들어 인기가 높다.

내년중 신발 하나로만 1억달러 수출을 하겠다는 이 회사는 지금 텐진에
제2공장을 짓고 있다.


<>성공비결은 =중국에 투자해 성과를 거둔 회사들엔 공통점이 있다.

대표적인 게 종업원 관리에 성공했다는 것.

동영공예품은 성과급제를 실시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개인별 생산실적을 따져 임금을 차등화한 것.

때문에 똑같이 8시간을 일하고도 부지런한 근로자는 월 1천7백위안(한국돈
22만원)을 받는가 하면 어떤 직원은 3백위안(3만9천원)밖에 못 번다.

"처음엔 성과급제를 이해 못했는데 교육을 통해 지금은 모두 이해한다.
일감을 집에 싸갖고 가는 사람도 있다"(이규식 대표)

성호실업의 경우 직원교육에 열성이다.

휴일인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2천5백여명의 전직원을 출근시켜 정신교육 등을
한다.

"중국인들의 생산성이 한국인에 비해 떨어진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철저히 교육시키고 훈련하면 생산성을 상당히 높일 수 있다"(권동칠
사장)

그 결과 이 회사는 매년 생산단가를 10%이상씩 떨어뜨리고 있다.

조정근 중소기업진흥공단 중국사무소장은 "중국에선 사람관리만 잘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며 "특히 임금이나 근로조건 등은 철저히 계약서에
직원들의 서명을 받아두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 텐진(중국)=차병석 기자 chabs@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