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협상 결렬...한국 파장 ]

뉴라운드 출범지연은 한국으로선 극히 불리한 상황이다.

한국은 미국 등의 보호주의 조짐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시장개방과 자유
무역을 촉진해야 한다고 보고 뉴라운드 출범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왔다.

따라서 시애틀회의 결렬로 한국은 아주 초조하게 됐다.

한국은 농산물분야 개방카드를 이미 내보였기 때문에 반덤핑제도개선과
공산품 관세인하 등에서 실익을 챙기기 위해 뉴라운드 출범을 어떻게든
서둘러야 하는 큰 부담을 안게 됐다.

미국이 뉴라운드 출범에 매달리지 않고 나라별로 각개격파식으로 개방압력
을 가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우려된다.

이에대해 한국대표단은 미국이 합의도출에 실패함으로써 체면을 크게
손상 당했기 때문에 뉴라운드 협상재개를 서두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선 마지막 선언문 채택에는 실패했으나 실제로 시애틀에서 많은
진전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 농산물 =농산물협상은 우루과이라운드(UR) 협정에 따라 뉴라운드 출범
여부에 상관없이 내년부터 별도로 시작된다.

문제는 농산물 협상이 백지상태에서 새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이번에
결렬된 시애틀 협상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진다는데 있다.

이 경우 뉴라운드를 통해 공산품 관세인하등 다른 분야에서 많은 것을
얻는다는 것을 전제로 농산물분야의 타협안을 제시한 한국은 아주
불리해진다.

이번 시애틀협상에서 한국은 가장 민감한 관세인하에 대해 가능한 폭넓은
자유화를 하기로 타협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곡수매 등이 걸려있는 국내 보조금은 대폭 삭감으로 결론이 났다.

이는 농산물수출국들의 주장이 많이 반영된 것으로 한국 농산물의 대폭적인
시장 추가개방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그 대신 농산물의 다원적기능(식량안보 식품안전 농촌지역발전 환경보전 등)
은 인정받았다.

앞으로 협상에서 한국이 가장 신경쓰이는 부분은 한국의 쌀시장을 앞당겨
추가개방하라는 주문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국은 현재 관세화를 미루고 쿼터제를 실시하고 있다.

일부 쌀 수출국들은 일본의 조기관세화를 들어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은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다.

<> 반덤핑 =미국은 반덤핑제도개선에 대해선 절대로 양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이 문제에 대해서도 이번 협상에서 장기연구과제로 넘겨 2년정도
후에 논의하자는 선까지 양보했다.

다만 반덤핑제도 개선에 대해 미국외 모든 나라가 반대했기 때문에 앞으로
미국이 남발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는 남아 있다.

<> 서비스 =한국은 이미 금융 건설 부동산 분야 등에서 많이 개방을 했다.

아직 한국수준의 개방을 하지 않고 있는 나라들이 많기 때문에 한국이
취약한 의료 교육 영상 등은 충분히 시간을 벌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분야에 따라선 개방이 투자유치로 이어질 수 있는 경우도 많아 서비스
개방은 한국에 득이 된다고 볼 수 있다.

<> 공산품 관세인하 =한국이 농산물분야에서 양보하는 대신 반덤핑과 함께
가장 기대를 걸었던 분야다.

한국의 공산품관세는 세계적인 기준으로 볼 때 결코 높지 않기 때문에
적극적인 인하공세를 펴왔다.

뉴라운드 출범을 서둘러 이 분야에서 실익을 빨리 챙겨야 한국은 농산물
등에서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

<> 노동 및 환경문제 =노동조건이 나쁜 나라에 대해선 무역제재를 가하는
미국의 주장은 워낙 많은 개도국의 반대에 부딪혀 있어 성사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성사되더라도 한국으로선 당장 문제될 것이 없다.

선진국들이 저개발국의 어린이노동이나 독재국가의 죄수노동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으로선 저개발국이 무역제재를 받을 경우 외국인 투자유치 등에선
실익을 챙길 수도 있다.

< 시애틀=이동우 기자 leed@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