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현지시간) 미국 클린턴 대통령은 보잉 특설공항을 통해 시애틀에
왔다.

이날 협상대표들을 위해 포시즌 호텔에서 열린 오찬 연설에서 클린턴
대통령은 전자상거래 촉진이 뉴라운드 핵심의제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애틀에는 보잉과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가 있다.

이들은 미국 경제를 상징하는 하드와 소프트웨어산업의 기린아들이다.

미국이 주도해온 글로벌 경제의 최대 수혜자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시애틀은 지구촌(글로벌라이제이션)을 향한 전진기지로 21세기
번영을 보장받은 도시다.

미국이 이 곳에서 뉴라운드 개막회의를 연 것은 다음 세기에도 세계경제를
주름잡겠다는 의지를 은연중에 과시하기 위한 것은 아닐까.

현지 언론들은 이번 회의를 시애틀 라운드라고 부르고 있다.

미국은 시애틀 라운드를 통해 세계 모든 나라의 무역장벽을 낮춰 글로벌체제
를 완성시킬 속셈이다.

이번 회의 직전에 중국의 WTO 가입에 동의한 것도 시장개방전략에 다름
아니다.

시애틀로 오기전에 클린턴 대통령이 나라 이름을 거명하면서 "농업시장장벽
이 세계적으로 높다"고 지적할 정도로 한국과 일본도 일찌감치 명단에 올랐다

이런 미국이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동북아를 향해 열려 있는 항구도시
시애틀에 뉴라운드 개막식을 유치한 것도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NGO들도 대부분 바깥을 향해 목청을 돋운다.

1일 오전 엘이로트 해변에서 미국 철강노조원들은 수입제품을 바다에 던져
넣는 행사를 갖고 일본과 한국 등의 수출공세를 성토했다.

"어린이와 죄수들까지 동원하는 임금착취국의 상품은 수입금지하도록
뉴라운드에 명시돼야 한다"(미국 인권단체) "환경파괴를 불사하고 싸구려
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나라들을 응징하라"(환경단체)

시위대에 화답하듯 클린턴 대통령은 오찬 연설에서 "근로조건과 환경을
무시하는 무절제한 무역은 자유무역과 구별돼야 한다"는 요지의 연설을 했다.

이 와중에 프랑스 농부들과 한국 NGO들의 미국을 향한 목소리는 잘 들리지도
않았다.

뉴라운드는 아무래도 시애틀 라운드나 아메리카 라운드라고 부르는 것이
맞을 것같다.

< 시애틀=이동우 경제부 기자 leed@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