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곡동에서 소아과병원을 열고 있는 이병훈(57) 원장.

지난해말 그에게 미국으로부터 뜻밖의 E메일이 날아들었다.

하버드대의 한 메디컬 벤처기업이 그가 개발한 "시청형 청진기"에 관심을
갖고 기술이전을 희망해온 것.

수소문끝에 발명진흥회의 특허기술사업화 알선센터를 찾아갔다.

그곳에서 몇 가지 협상카드를 전해 듣고 2백만~5백만달러의 로열티를
제시했다.

이달초 미국의 기술전문가가 방한하면 구체적인 계약조건을 저울질할
예정이다.

시청형 청진기는 기존 청진기를 누구나 손쉽게 사용할 수 있게 개량한 것.

귀에 꽂는 이어폰 부분이 없다.

대신 검진결과를 눈과 귀로 확인할 수 있는 소형 단말장치가 달려 있다.

단말장치는 맥박 호흡 장 운동소리 등을 스피커를 통해 들려준다.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을 위해 표시창에 그래프 형태로도 보여준다.

이 청진기는 한국과 미국에 특허등록됐지만 아직 제품으로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도면으로만 존재하는 이 물건에 미국의 벤처기업이 눈독을 들이는 것은
시장잠재력이 크기 때문.

이 발명품은 일반인도 쓸 수 있다.

특히 환자나 노약자가 있는 가정에선 가족이나 간병인이 수시로 상태를
살펴볼 수 있다.

재택간호나 응급의료 시스템이 발달한 미국에서 이 발명품이 주목받는
이유다.

이 원장은 지난 66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순천향의대 창설멤버로
참여했다.

76년 개인병원을 열고 환자를 편하게 해줄 방법을 고민하다 8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인 발명활동을 시작했다.

"환자의 눈으로 보니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더군요. 이것저것 고치고
특허도 냈어요. 그 중 20여건은 출원을 거절 당했습니다. 선행기술조사의
필요성도 알게 됐지요"

이 원장은 이제 지식재산권 출원에 앞서 기존 기술을 꼼꼼히 살펴본다.

현재 특허나 실용신안으로 등록된 것은 6건.

아직도 머릿속에는 30건이 넘는 아이디어가 있다고.

평생 의사의 길을 고집하는 그는 사업화를 원하는 기업에 발명기술을 팔
계획이다.

(02)568-0050

< 정한영 기자 chy@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2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