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불패"

IMF경제위기를 전후해 한국에 상륙한 외국계 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한국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거센 "외풍"에도 끄떡없이 토종
기업이 선전중인 대표적인 업종이 있다.

유통업중 선,후발업체간의 경쟁이 가장 치열한 곳으로 꼽히는 할인점
업계다.

기업 신용평가기관인 한국신용정보와 미국계 증권회사 CSFB는 최근
"할인점시장에서 외국 업체들의 영향력은 실제보다 과대 포장돼 있으며
E마트등 한국업체들이 무난히 시장을 방어할 것"이라는 요지의 보고서를
내놓아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 보고서는 모두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잘 알고 있는 한국형
할인점의 영업 전략이 적중하고 있다"며 "외국 업체들은 막강한 자본력에도
불구하고 예상했던 것보다 큰 위협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시장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할인점은
까르푸를 비롯, 월마트 테스코 코스트코홀세일 프로모데스 등 5개 업체다.

이중 가장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곳은 세계 최대의 할인점 업체인 미국
월마트.

지난해 7월 국내 언론의 대대적인 관심을 받으며 상륙했으나 1년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의 실적은 그다지 두드러졌다고 보기 어렵다.

한국시장에 들어온 후 월마트가 신규 출점한 점포는 올 7월 서울 역삼동의
강남점 1개에 불과하다.

수익성에서도 지난해 3백1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며 매장 면적당 매출은
E마트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CSFB의 신명진 과장은 "월마트의 해외 시장 전략은 현지 1~2위 업체를
인수하는 것이지만 한국에서는 이같은 전략이 여의치 않다"며 "매장 운영
에서도 자사의 표준 스타일을 고집해 한국 소비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7년 7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E마트를 바짝 추격했던 까르푸는
신장세에 제동이 걸렸다.

E마트가 지난해 IMF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97년보다 4배 이상 증가한
4백2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데 비해 까르푸는 수익성이 급감, 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한국 지사장의 외화밀반출사건으로 불매운동이 전개됐고 협력업체에
대한 과도한 부당거래행위로 대외 이미지에서도 타격을 입고 있다.

<>토종 할인점의 장점 =E마트의 98년 매출액은 8천9백91억원.

까르푸(3천3백26억원)와 월마트(2천8백95억원)의 매출액을 합쳐 봐야
E마트의 69%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토종 선두주자와 외국계 강자들의 "장사수완"을 가장 잘 나타내
주는 것은 유통업계의 생산성 지표인 상품회전율이다.

E마트의 상품 회전율은 연 30.26회로 매장에 물건을 갖다놓은 뒤 12일만에
모든 상품이 다 팔리고 있다.

반면 월마트는 14.02회로 26일, 까르푸는 12.62회로 30일씩 걸린다.

영업 효율을 보여주는 매장면적당 매출에서도 E마트가 평당 11만2천원을
올리고 있는데 반해 까르푸는 6만2천원, 월마트는 5만원으로 절반 정도에
그치고 있다.

한국신용정보의 박상욱 선임연구원은 "외국 할인점들이 한국 E마트의
노하우를 단기간내에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국내 대형 할인점은
향후 수년내에 외국 업체에 의해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 윤성민 기자 smyoo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2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