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S&P 등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의 국가신용등급 조정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LG경제연구원은 18일 "도산예상확률과 국가신용등급"이라는 보고서에서
국내기업들의 도산예상확률이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낮아졌지만 국가
신용등급은 여전히 위기 직후의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이 자체 분석모형으로 추정한 국내 제조업체의 도산예상확률은
올들어 월평균 16.9%로 지난 96년 수준(17.7%)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도산예상확률은 외환위기 직후 급격히 높아져 지난해 9월 35.8%까지 치솟은
바 있다.

연구원 관계자는 "은행들을 포함한 국내기업 전체의 도산예상확률을 구해
봐도 30%대 중반으로 위기 이전과 같은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기업들의 부채상환능력이 급격히 개선됐음에도 불구하고 국가
신용등급이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것은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이 너무 보수적
이라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실제 국내 기업들의 부채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은 지난 상반기
2.3배를 기록, 96년(2.9배)과 97년(2.5배)보다는 다소 낮아졌지만 지난해
(1.9배)보다는 상당히 높아졌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흐름액이 이자지급액의 몇
배에 해당하는가를 나타내는 비율로 기업들의 이자지급능력을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다.

반면 무디스는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가장 낮은 투자적격등급인 Baa3으로
유지하고 있다.

S&P는 지난 11일 한국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단계 올렸지만 투자
적격 등급중 두번째로 낮은 수준에 불과하다.

연구원은 국제신용평가기관들이 신용등급을 내리는 데에만 후하고 올리는
데에는 지나치게 인색하다고 비판했다.

S&P의 경우 신용등급이 AAA였던 기업들이 1년 후 AA로 떨어지는 비율이
7.8%인데 비해 AA였던 기업중 AAA로 상승하는 비율은 0.7%밖에 안된다.

연구원은 국제 신용평가기관들이 금융부문의 취약성을 감안해 신용등급
상향조정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외환위기 이전의 A등급까지는
조속히 조정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제조업체의 부채상환능력 개선 덕분에 은행들의 도산위험도 빠르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 박민하 기자 hahaha@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