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부실로 국가재정의 암초로 지적돼온 의료보험 국민연금 등 4대
사회보험에 대한 개혁 시나리오가 나왔다.

감독은 국무총리 산하의 4대 사회보험 통합추진기획단이 맡았다.

보험료를 내는 모든 국민들이 조연이다.

시나리오 작성에만 1년이 걸린 대작이다.

의료보험과 국민연금,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의 징수 및 자격관리 업무를 각각
오는 2002년에 통합한다는 게 시나리오의 골자.

소위 "2+2 통합안"이다.

기획단은 19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사회보험 관리운영 개선을
위한 정책 건의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번 안은 지난 1년간 전체회의 4회, 위원회의 10회, 분과회의 26회, 공청회
및 설명회 15회 등 모두 55번의 회의를 거쳤다.

일주일에 한번 꼴이다.

전국민의 이해관계가 걸린 정책 이슈였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도 지난 8.15 경축사에서 "4대 보험을 내실화하겠다"며 과감한
개혁을 독려했다.

그러나 이번 개선안도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사회보험의 구조적인 문제엔
접근하지 못한 채 일부 관리조직을 조정하는 외형상의 수술에 그쳤다.

기획단의 임무가 사회보험 관리운영을 개편하는 것으로 제한됐기 때문이다.

"정치적인 논리에 휘둘려 당국이 문제의 본질은 뒷전으로 미루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회보험은 국민 전체를 가입자로 한 계와 같다.

국민들은 다쳤을 때(의료 및 산재보험)나 실직(고용보험) 또는 퇴직후(국민
연금)를 대비해 매달 곗돈(보험료)을 붓고 있다.

그러나 계가 곧 깨질 위기에 처했다.

의료보험의 경우 향후 3~4년간 매년 2조원에 가까운 적자가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2020년대 중반엔 기금이 바닥나 2030년대부터는 매년 30조~50조원의 적자를
낼 전망이다.

현행 사회보험 제도는 소득계층간 재분배 기능은 미약한 반면 세대간
재분배는 과다한 실정이다.

이대로 방치하면 다음 세대가 막대한 부담을 져야 한다.

현세대가 세대간 도둑질(generation theft)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제 메스를 사회보험의 손발에서 심장으로 옮겨야 한다.

자식들로부터 "도둑님"이란 오명을 듣지 않으려면 말이다.

< 유병연 경제부 기자 yooby@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