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말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독일 아이디어발명품전시회"의 한국관
코너.

여기엔 유난히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한국의 한 고등학생이 출품한 발명품을 보기 위해서였다.

세계 발명가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 학생은 동상을 받았다.

화제의 주인공은 서울 중동고 2년생인 이누리(17)군.

출품작은 유리창을 열어놓은 채 외출하거나 잠을 자도 도둑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도어잠금장치".

미닫이 창문을 원하는 만큼 열고 창문틀에 잠금장치를 조이는 것이다.

그러면 창문이 움직이지 않을 뿐더러 창문 자체를 들어낼 수도 없다.

이군 주위 사람들은 그의 수상 소식을 듣고 크게 놀라지 않는 모습이다.

평소 실력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는 올들어 "도어잠금장치"를 포함해 6건의 발명품을 특허나 실용신안으로
출원했다.

이 가운데 "보조상이 수납되는 상"과 "각도.높이 조절이 용이한 안내표시대"
는 실용신안으로 등록됐다.

또 "도어잠금장치"와 "외경.깊이 측정이 가능한 몽키스패너"는 상품화에
근접한 수준이다.

이 군은 사업화를 원하면 누구에게나 권리이전을 해 줄 작정이다.

이군이 촉망받는 소년 발명가로 성장한 것은 타고난 호기심과 부모의
체계적인 교육 덕분이다.

어렸을 때부터 집안의 물건을 고장내기 일쑤인 그는 처음엔 많은 꾸지람을
들었다.

점차 그의 재능을 발견한 부모는 초등학교 3학년때 계몽문화센터의 발명반에
내보냈다.

발명에 맛을 들인 그는 청계천을 혼자 돌아다니며 전자부품을 분해하고
조립하는 재미에 빠졌다.

중학교에선 전자조립반 반장을 맡아 친구와 선.후배를 지도했다.

발명품 개발은 고교 입학과 함께 한국발명아카데미에 다니면서 꽃을 피웠다.

지난해 학생발명전에선 헌 상을 재활용한 "바둑판이 결합된 상"을 출품해
장려상을 받았다.

이군은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틈만 나면 양로원 재활원 등에서 자원봉사를 벌여 수많은 공로.봉사상을
받았다.

지난해 파주 수해현장에서 가족과 함께 복구작업을 지원했다.

장래 벤처기업가를 꿈꾸는 그는 다른 사람에 직접 도움주는 물건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최근 장애인 봉사활동을 나갔던 그는 점자의 불편을 개선한 제품을 개발중
이라고 귀띔한다.

(02)717-3050

< 정한영 기자 chy@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