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가 전국경제인연합회를 내년 2월 정기총회까지 김각중 경방 회장의
직무대행체제로 운영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전경련은 당분간 조용한 변신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후임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 중립적인 위치에서 재계 화합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김 회장은 전경련 회장단중 최연장자인데다 원만한 성품을 갖고 있어
흐트러진 재계를 추스릴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전경련 사무국은 기능별 위원회 활동을 강화해 회원사에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 난다는 방침이다.

전경련은 회장단 회의 중심의 오너클럽이라는 지적을 의식, 이미지를
변신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일 계획이다.

3일 손병두 부회장은 5대그룹 이외의 기업 대표들로 개혁 특위를 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회원사들의 참여가 부족했던 것이 전경련 운영의 문제점"이라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20개 위원회 활동을 더욱 활성화해 전문경영인의 참여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김각중 회장 대행의 과제 = 재계의 화합을 꾀하는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구조조정(빅딜) 과정에서 빚어진 일부 그룹간 갈등을 메우는 노력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구본무 LG 회장은 올들어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한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최근 들어 이건희 삼성 회장도 좀체 전경련 모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5대 그룹 이외의 회원사들은 전경련이 지나치게 5대 그룹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재계가 정부 개혁정책에 맞서 변변한 논리 한번 펴지 못한 것도 결집된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각중 회장은 전경련 회장 대행으로서 재계 총수를
다독거리고 협조를 이끌어내야 한다.

물론 재계 일각에서는 김 회장이 내년 2월 정기 총회때까지 한시적으로
책임을 맡은 만큼 이런 역할을 기대하기는 무리라고 보고 있다.

정부를 상대로 원활한 대화창구를 만드는 것도 김 회장의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정부의 대기업 개혁에 대한 재계의 입장은 "개혁은 하되 할말은 하자"는
것이었다.

김 회장이 그런 재계의 요구를 얼마나 충족시킬 지 귀추가 주목된다.


<> 전경련 개혁 =전경련은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실질적인 변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2일 열린 회장단 고문단 연석회의에서 전경련의 조직 및 운영체계를 바꾸기
위한 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키로 함에 따라 오는 11일 열리는 월례회장단
회의에서 특위 구성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전경련은 개혁 특위는 5대 그룹 이외의 기업대표로 구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손병두 부회장은 "벤처기업 성격이 강한 기업이나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의 대표자 20여명으로 특위를 구성해 개혁 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련은 지난 2월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한
"비전 2003"을 마련한 만큼 이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경련은 조직과 운영체계를 개혁해 민간 경제계의 컨센서스를 확보하고
정책집단으로서 역할을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조직의 성격을 일본의 게이단렌처럼 바꾸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 관계자는 "게이단렌은 상공회의소를 포함해 모든 경제단체를
포괄하는 기구지만 우리나라는 별도 조직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 이익원 기자 iklee@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1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