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사태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미미하다"

통계청의 "9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실물경제지표가 8월보다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지만 여전히 경기회복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대우 및 투신사태로 인한 금융시장의 불안이 실물경제에 아직까지는
큰 영향을 미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총수요압력이 낮아 경기과열이라고 판단하기에는 다소 이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 경기회복국면 지속 =생산(18.1%), 소비(14.1%), 설비투자(41.4%) 등
각종 경기지표가 지난 3월이후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8월의 29.8%, 18.3%, 62.1%보다는 내려간 수준이다.

하지만 추석연휴로 3일간 공장이 가동되지 않았고 태풍으로 13일 연속
비가 내린 것을 감안하면 증가세가 둔화된 것으로 보기 힘들다는 것이
통계청의 분석이다.

산업연구원의 김원규 박사는 "작년 8월에 경기가 저점을 친 이후 경기회복
국면이 9월에도 지속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4월이후 재고감소세가 둔화
되고 있고 건설수주(36.5%)가 크게 증가한 것은 경기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이수희 선임연구위원도 "대체로 실물부문이 회복되는 추세
에는 변동이 없다"면서 "작년 8~9월부터 경기지표가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둔화되는 것으로 나타났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 대우 영향 아직은 미미 =경기지표만 본다면 대우사태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통계청 관계자는 "대우가 미치는 영향은 아주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분석
됐다"고 말했다.

실제 통계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4백40개 대우계열사.협력사가 생산증가율
하락에 미친 기여도는 0.3%포인트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즉 9월 생산증가율이 대우요인을 제외하면 18.1%에서 18.4로 올라 갔을
정도라는 것이다.

하지만 좀 더 추이를 지켜 봐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이수희 선임연구위원은 "각종 지표가 조금 주춤하는 것은
대우처리 방향과 기업구조조정 등 미래의 불확실한 요인들로 인해 불안해진
기업들의 심리를 반영한 것일 수도 있다"면서 "10월 산업활동동향을 한번
더 지켜 봐야 대우의 영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총수요압력 기미 없다 =9월중 산업생산은 2년전인 97년을 100으로 했을
때 115.9 수준이다.

IMF(국제통화기금)체제 이전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도소매판매는 100.6으로 간신히 이전수준을 넘었다.

설비투자는 87.0, 건설수주는 62.7로 외환위기 이전에 훨씬 못미치고 있다.

산업생산에 비해 투자와 소비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셈이다.

게다가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79.1%로 여전히 정상수준인 80%에 못미치고
있다.

호황기에는 가동률이 85%까지 치솟았던 과거 경험에 비춰 이 정도의 가동률
은 여전히 부진한 편이라는게 통계청의 분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총수요가 총공급을 초과해 물가상승 압력을 일으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통계청은 내다봤다.

산업연구원의 김 박사 역시 "99년중에는 디플레이션갭(공급이 수요초과)이
축소됐을 뿐 인플레이션갭(수요가 공급초과)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내년부터 초과수요압력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 김병일 기자 kbi@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