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GM이 대우자동차 인수를 강력하게 희망한다는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의
발언이 주목을 끌고 있다.

GM이 인수협상을 벌이고 있는 중이어서 새삼스런 얘기는 아니지만 대우
계열사 처리가 빨라질 것같은 인상을 주었다는 점에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런 발언이 과대포장된채 전달돼 성급한 기대나 오해를 낫지 않을까
우려된다.

대우차에 대한 GM의 관심이 높은 것은 분명하다.

GM은 아시아 태평양지역에서 시장점유율을 10%로 높이겠다는게 확고한
전략이다.

현재 점유율은 4.5%정도.

수출만 늘린다고 점유율이 배로 올라가긴 어렵다.

현지 공장인수가 불가피하다.

일본 수바루차를 만드는 후지중공업 인수 타진을 위해 잭 스미스 회장이
일본을 들락거리는 것도 이때문이다.

대우차도 그런 전략에 따라 인수후보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을 뿐이다.

문제는 빚이다.

GM은 대우차 공장, 즉 자산에 관심이 있다.

빚더미 기업에 투자하는게 아니라 자산만 인수하고 싶을 뿐이다.

경영권은 당연히 원한다.

대우가 경영권을 고집하는 바람에 협상이 안됐다고 하지만 애초부터
경영권을 쥐겠다고 나선 협상이었음을 대우경영진들이 모를 리 없다.

GM은 대우의 옛 친구였다.

르망이 GM모델이다.

90년초 헤어졌다.

당시 대우차 지분 50%를 갖고 있던 GM은 경영권을 쥔 대우가 자신의 뜻을
따르지 않자 결별했다.

재혼을 추진하는 GM이 경영권을 양보하는 과거 실패를 답습할 리 없다.

결국 대우차 인수의 관건은 GM의 아시아 전략에서 대우가 다른 자동차
회사를 물리치고 선택될지와 채권단이 대우차 빚을 어떻게 조정해줄지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대우차에 대한 실사결과가 나와봐야 겠지만 엄청난 규모의 빚을 주식으로
바꿔주는 출자전환같은 채무조정이 필요할지 모른다.

GM의 입맛을 맞추지 못하면 매각이 여의치 않을것이다.

기아자동차의 외국 대주주인 미국 포드사가 법정관리중인 기아차를 인수할
것이라는 희망과 소문이 무성했지만 조건이 맞지않아 등을 돌린게 불과 얼마
전이다.

채권단이 대우차에 대해 채무재조정을 하고 나면 대우차의 값어치는
올라간다.

그때 쯤 제값을 주겠다는 원매자를 공개모집하면 된다.

자동차산업 발전차원에서 GM만이 유일한 대안도 아니다.

GM밖에 후보가 없어보여도 투명한 절차를 거쳐 제 값을 받아야 한다.

성급한 기대를 갖게 하지 말자.

< 고광철 경제부 기자 gw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