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부채비율을 낮추는 것은 세계적인 대세이지만 한국의 경우 부채비율을
무리하게 축소하는 과정에서 경영활동이 위축되면 득보다 실이 커질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삼성경제연구소는 13일 "저부채시대의 기업재무전략"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경우 부채를 줄이는데 너무 집착하는 바람에 90년대의 장기불황을
맞았다면서 부채를 축소하더라도 기업경영이 위축되지 않도록 배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또 한국 제조업의 평균부채비율은 작년에 3백3%로 낮아졌고 올
연말에는 사상 최저인 2백% 안팎으로 떨어질 전망이지만 정부의 유도로 2년
이라는 짧은기간에 진행돼 왔기 때문에 경영활동이 위축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기업의 경우 자발적이긴 하지만 부채비율을 지난 81년 3백%에서 96년
2백%로 낮추기까지 15년이나 걸렸다.

한국의 경우 상당수 기업들이 주력사업이나 보유자산을 매각, 설비 및
기술투자 축소가 장기화돼 미래 성장기반을 위협받고 있다면서 적극적인
보완대책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기업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연구소는
우려했다.

또 일본기업들이 90년대 저부채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소극적인 경영으로
일관, 신성장 분야의 개척과 경쟁력 강화에 실패하는 바람에 경제가 장기
불황을 벗어나지 못하게 된 사례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연구소는
지적했다.

연구소는 무조건 부채비율을 낮추거나 극단적인 무차입 경영을 지향하는
것은 기업가치에 마이너스가 되기 때문에 적정 부채비율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하다면서 성장재원 조달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 커모디티
파이낸싱, 자산담보부증권 등 신금융기법을 활용한 적극적인 경영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또 저부채시대에는 단순히 낮은 부채비율 달성만으론 불충분하며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부채의 질을 개선하고 보유자산의 가치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박민하 기자 hahaha@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