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협조비"로 묶인 은행 자금이 66조원에 달한다.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대책에 협조하느라 제대로 굴리지 못하는 자금이다.

축협은 수신고의 60%, 수협은 47%를 정책협조비로 묶어둬야 할 판이다.

6일 금융감독원과 금융계에 따르면 정부대책에 따라 잠긴 은행들의 돈이
줄잡아 66조5백억원(안정기금 출자예정분 포함)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은행권 총수신 4백73조원의 13.9%(수익증권 기금출자는 11.6%)에
해당된다.

우선 은행들은 수익증권 환매제한 해제이후에도 금융당국의 창구지도로
수익증권 투자액 36조9천6백억원이 고스란히 묶여 있다.

또 이달 15일까진 채권시장안정기금에 모두 18조원을 출자해야 한다.

이 두가지만 해도 전체 수신고에서 묶인 돈이 시중은행은 8.8%로 그럭저럭
버티지만 지방은행은 25.4%, 특수은행은 17.6%에 이른다.

산업은행이나 농협 축협 수협 등 정부의 입김에 약한 은행일수록 정책에
묶인 돈이 많다.

수익률이 떨어지고 대고객 서비스도 나빠질수 밖에 없다.

은행들은 이미 대우사태이후 투신사 보유채권 4조원어치를 샀다.

이런 자금은 금융시장이 안정되면 풀어준다지만 언제가 될지 기약이 없다.

작년엔 종금사 구조조정 와중에 예금보험공사에 6조7천억원을 대출해 주고
아직 한푼도 못받았다.

예보는 국회에서 예금보험기금의 한도를 늘려 주면 갚겠다는 얘기만 되풀이
한다.

11개 시중은행은 대구.삼양종금에 별도로 5천7백억원을 꿔준지 1년이
넘었다.

대출조건이 콜+0.5%여서 시중금리에 견줘 보면 한참 역마진이 난다.

당초 한은은 대출액 만큼 유동성을 지원했다가 바로 회수해 가는 바람에
은행들만 골탕을 먹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협조요구에 응하다 보면 꿔줄때는 단기 콜이던
것이 회수가 어려운 만성적인 악성대출로 남기 일쑤"라고 지적했다.

특히 축협은 "영업하지 말라는 소리냐"며 연일 금감원에 하소연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도 "은행들에게 정책자금 대출, 환매자제, 안정기금 출자
등으로 큰 부담을 지운게 사실"이라고 실토했다.

< 오형규 기자 oh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