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30일 회장직 사퇴여부를 회원사 의견에
따라 결정키로 한 것은 자신의 거취를 둘러싼 소모적인 논란을 불식시키려는
조치로 보인다.

김 회장은 전경련 회장직과 관련,이미 여러차례 마음을 비웠다고 밝혀
왔었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에서 회장직 사퇴여부를 기사화하자 상당한 불쾌감을
나타냈다는게 한 측근의 전언이다.

이날 김 회장이 손병두 전경련 상근 부회장에 회원사들의 의사를 수렴토록
지시한 것도 이런 잡음을 근본적으로 없애고 모든 것을 분명히 하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전경련의 한 관계자는 "다수의 회원사들이 김 회장이 계속 전경련을
이끌기를 원하면 김 회장체제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회장이 회원사들로부터 재신임을 얻으면 대우 사태로 약화된 재계
리더로서의 입지가 어느정도 강화될 수 있다.

물론 퇴진쪽 의견이 많으면 김 회장은 전경련 회장직에서 물러나 대우
구조조정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재계일각에서 김회장사퇴 불가피론을 꾸준히 제기해온 것도 사실이다

재계는 김 회장이 회장직과 관련한 회원사들의 의견을 수렴토록 한 것은
사퇴시사 보다는 재계의 단합을 꾀하려는 조치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김 회장이 내심 사퇴를 결정했다면 굳이 번거롭게 회원사들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대우 구조조정본부 관계자도 "김 회장이 사퇴를 결심하고 절차를 밟기 위해
회원사들의 의견을 묻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전경련 회장 선출과정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5대 그룹도 전경련
회장직 사퇴 여부는 전적으로 김 회장이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고 밝혀왔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회장 교체론을 제기할 가능성은 희박한 편이다.

특히 정부의 재벌압박 강도가 갈수록 거세지는 상황에서 후임자를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게 재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6~30대 그룹 총수들과 전경련 고문단은 이미 몇차례 모임을 갖고 김 회장
체제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모은 상태다.

전통적으로 전경련 회장직이 정치권 등 외압에 의해 좌우되는 자리도
아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시절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은 정치권의 압력을 물리치고
전경련 회장직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런 점을 종합해 볼때 김회장 체제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적어도 내년 2월 정기 총회때까지는 김 회장이 전경련 회장직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