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투자회사 등 벤처캐피털의 부실이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다.

중소기업청은 이에 따라 경인창투와 신원창투 등 2개 창투사를 퇴출시키기로
하는 등 창투사 구조조정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지난 86년 창투사 등록이 시작된지 10여년간 보호의 그늘속에 성장해온
창투사에 정부가 구조조정의 칼날을 들이대기 시작한 것이다.

벤처육성이라는 명분에 매달렸던 벤처정책의 무게 중심이 건전성 확보
쪽으로 옮아간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같은 정책변화는 최근 거품론을 일으키고 있는 "묻지마 벤처투자"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 한경 7월15일자 1면, 7월22일자 15면 참조 >

대전 정부청사에서 30일 실시된 중소기업청 국정감사는 벤처정책 시행과정
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이 공개됐다.

"중기청 감사냐, 벤처기업국 감사냐"는 얘기가 나돌 정도로 국회의원들은
벤처정책의 문제점을 집중 추궁했다.

<> 벤처캐피털 부실 위험수위 =중기청은 국감에서 모기업 워크아웃 또는
자본잠식으로 부실 우려가 있는 창투사 7개사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례적인 일이다.

창투사가 법령을 어겨 적발된 건수만도 올들어 14건에 이른 것으로
밝혀졌다.

97년 1건, 98년 3건에 비하면 급증한 것이다.

대부분 주식투자 등 돈놀이에 치중하는 바람에 투자의무비율을 지키지
못하거나 계열사 지원금지 사항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등록 비상장 벤처기업 투자라는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다.

중기청은 이들에게 기지원된 정책자금을 회수하고 창업지원자금 지원대상
에서 1년간 제외하는 조치를 취했다.

중기청은 이에 따라 최근 창업지원법에 창투사 경영건전성 평가기준을 넣어
내년부터 구조조정의 잣대로 활용키로 했다.

제도적인 퇴출장치가 마련되는 것이다.

창투사 투자의무비율도 높이기로 해 법적인 기준을 총족 못하는 창투사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설립되는 창투사는 설립후 2년과 3년 시점에서 각각 납입자본금의
30%, 50% 이상을 벤처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대기업 계열 창투사의 경우 계열사 임직원이 대표를 겸임하는게 금지된다.

<> 블랙엔젤과 사이비벤처 난립 =중기청은 엔젤(개인투자자)로 위장한
사채업자 등 "블랙엔젤"의 폐해가 심각하다는 지적에 따라 인터넷에 엔젤
투자 피해신고센터를 운영중이라고 밝혔다.

벤처기업 정책자금을 중간에서 알선해 주는 불법브로커에 대해서도 지방청
과 중진공 지역본부에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기청은 양 센터에서 공식적으로 접수된 피해 사례는 없지만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대책을 마련중이라고 밝혔다.

블랙엔젤에 대해서는 위법행위가 확인되면 관계 당국에 고발하겠다는 강경
입장을 밝히고 중소기업인이 불법브로커와 결탁해 자금을 지원받으면 신용
불량자로 등록시킬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한편 벤처기업으로 확인된 업체 가운데 허위서류를 작성하거나 폐업 등으로
확인이 취소된 업체가 26개사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외에 국세청으로부터 휴폐업 업체로 통보된 43개사중 13개사에 확인
취소, 소명기회 부여 27개사 등의 절차를 진행중이다.

지난 9월부터 벤처기업에 대한 전수조사에도 착수했다.

<> 부처간 경쟁이 비효율을 낳는다 =중기청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등의
유사 벤처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중복투자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3개 부처 모두 창업보육센터를 운영중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정통부와
중기청은 대학의 창업동아리 지원과 우수창업아이템 경연대회도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해 중기청은 중복지원의 여지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벤처기업
정책협의회를 통해 사전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벤처빌딩 및 보육센터 늘리기 등 양 위주의 정책이 질 위주로
전환되지 않는 한 부처간 경쟁은 지속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인터시스의 윤종식 사장은 "정부가 숫자 늘리기식 벤처정책보다는 세계적인
벤처기업을 발굴해 육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 오광진 기자 kj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10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