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수록 아이디어가 샘솟는 노발명가"

생활용품 전문 개발업체인 삼우개발의 정주섭(70) 사장.

고희를 넘긴 그를 발명계 사람들은 이렇게 부른다.

그는 술을 마시다가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곧장 실험실로 향한다.

그리고 발명이 성공할 때까지 실험에 푹 빠진다.

정 사장이 발명가로 이름을 올린 것은 지난 91년.

그릇이나 컵을 얹어도 미끄러지지 않는 "요술쟁반"을 개발하면서부터.

그는 본래 인쇄업자였다.

지난 50년 서울에서 인쇄소를 차렸고 6.25전쟁때 대구로 내려가 육군
인쇄창 창설에 참여하기도 했다.

전쟁후 서울로 돌아온 후엔 줄곧 인쇄업에 종사하면서 특수인쇄용 전사지와
나염기술 잉크 등 수십 건의 용지와 인쇄기술을 국산화했다.

그릇이나 액세서리에 꽃무늬를 입히는 멜라민 전사지는 1백여개 관련업체를
탄생시키는 등 막대한 수입대체 효과를 거뒀다.

요술쟁반 개발도 인쇄에서 쌓은 경험이 밑거름이 됐다.

80년대 초반 한 호텔에서 매달 수백만어치의 유리그릇과 컵이 깨지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러나 온도 변화에 잘 견디는 소재를 찾지 못해 개발은 흐지부지됐다.

그렇게 6년이 흐른 88년 아기 우유병 젖꼭지를 본 순간 머릿속이 환해졌다.

이후 3년간 쟁반 5천여개를 버린 끝에 실리콘 소재로 엠보싱 처리한
요술쟁반을 선보였다.

이 쟁반은 45도까지 기울여도 그릇이 떨어지지 않는 게 특징.

롯데 워커힐 신라 등 특급호텔에 20만개가 팔렸으며 수출도 추진되고 있다.

정 사장은 요술쟁반 발명을 계기로 생활용품 개발에 눈을 돌렸다.

인간생활을 윤택하게 하고 모든 사람이 나눠가질 수 있는 것이 진정한
발명이라는 생각에서다.

"나이가 들면서 돈에 대한 집착이 사라지고 사람을 편하게 하는 발명을
하고 싶어지더군요. 아이디어를 떠올리다보면 머리가 맑아지고 젊어지는
느낌도 듭니다"

그래서 지난 97년 향나무가루와 박하향 등 5가지 천연 소재로 만든 항균제품
시리즈(브랜드명 크린히트)를 개발했다.

식품항균지 천연항균초 항균부직포 식품용항균액 등이 그것.

항균 방충 탈취 기능이 뛰어난 향나무를 우물가에 심어놓은 조상의 지혜에서
힌트를 얻었다.

한국시험연구소에서 식품포장지 적합판정도 받았다.

특히 5개월의 심사기간을 거쳐 우체국의 우편주문판매(www.epost.go.kr)
상품으로 선정돼 품질을 공인받았다.

정 사장은 지난 93년 협심중소개발협의회를 구성, 영세 발명가의 제품
판매도 돕고 있다.

현재 회원은 1백30여개사로 백화점 호텔 등에서 제품 전시회를 열고 있다.

(02)2263-3700

< 정한영 기자 ch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