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세율 조정결과는 정부의 고민을 엿보게 한다.

선거를 앞두고 소비자의 부담을 늘리지 말아야 한다는 정치권의 요구가
첫번째다.

게다가 정부의 세수도 줄지 않아야하고 국제수지도 악화시켜선 안된다는게
그 다음의 고민거리였다.

업계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려 있다는 것도 조정을 어렵게 하는 대목이다.

이런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세율 조정은 불가능하다.

바로 이런 점에서 앞으로 국회에서 당정의 조정결과가 어떻게 통과될지가
관심거리다.

당초 정부는 소수와 위스키 세율을 1백%에서 동일하게 하는 방안을 제시
했었다.

이왕 소주세율을 인상할 바에야 세계주류소비 1위국이라는 오명도 씻고
과도한 음주로 의한 사회적 비용도 줄여보자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서민들이 주로 애용하는 소주에 고율의 세금을 부과하는 것에
정치적 부담을 느낀 국민회의에서 당초 안보다 20%포인트 인하를 주장해
80%로 결정됐다.

또 현행 제조원가를 기준으로 매기는 종가세 과세체계를 알콜도수 기준인
종량세제로 전환하는 것 역시 소비자부담차원에서 채택되지 않았다.

알콜1도당 세액을 위스키 수준에 일치시키면 소주의 소비자가격은 현재
7백원에서 7천7백원으로 급격히 올라 소비자부담은 엄청 늘기 때문이다.

정부의 조세수입 역시 주요 변수였다.

특히 맥주세율을 크게 낮추지 못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현재 맥주세수는 주세수입중 65%를 차지한다.

따라서 맥주세율을 크게 낮출 경우 그렇지 않아도 중산층지원 등으로
세수가 부족한 상태에서 국고부담이 증가하게 된다는 점은 불을 보듯 뻔한
이치였다.

외환위기 이후 재정적자 규모가 GDP 대비 4%까지 도달한 사실이 맥주세율의
소폭 인하에 결정적 변수였다.

이에 정부는 맥주세율이 10% 인하되는 내년에는 세수가 2천억원 증가하지만
2002년에 가서는 세수가 현재와 같아지는 점을 감안해 맥주세율을 점차적
으로 인하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정부 관계자는 말했다.

국제수지라는 거시적 측면도 고려대상이었다.

지금도 각종 고급물품이 물밀듯이 수입되는 현실에서 위스키 등 고급양주
세율을 대폭 인하하면 국제수지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는 판단이었다.

물론 위스키는 일반 가정에서보다는 고급업소에서 소비하기 때문에 수입
수요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은 된다.

그럼에도 현재의 국제수지 여건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는 정부의 고민이
주세율 조정안에 담겨 있다.

< 김병일 기자 kb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