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정유의 경영권이 사실상 아람코에 넘어가게 됐다.

14일 쌍용양회는 보유중인 쌍용정유의 지분 28.4%를 쌍용정유에 매각하고
경영권을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와 파리바은행, 쌍용정유 3사가 합작으로
외국에 설립하는 합작사에 넘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쌍용정유 경영권은 쌍용측과 공동으로 경영해온 아람코가
사실상 단독으로 행사할 수 있게 됐다.

[ 한경 9월11일자 11면 참조 ]

금융감독위원회는 이날 임시 회의를 열고 기업개선 및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지키기 위한 경우 채권금융기관협의회의 동의를 얻어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장외에서 자기 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신탁업감독규정을 개정, 15일부터
시행토록 했다.

이에 따라 구조조정 차원에서 쌍용양회는 보유중인 쌍용정유 지분 28.4%를
쌍용정유에 팔 수 있게 됐다.

지난해 증권거래법 개정으로 기업들이 시장거래 또는 공개매수 외에
은행의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허용했으나
관련 규정이 바뀌지 않아 기업들이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었다.

이에 따라 구조조정차원에서 쌍용양회는 보유중인 쌍용정유 지분 28.4%를
쌍용정유에 팔 수 있게 됐다.

<> 매각 방식 =쌍용양회는 정유 지분 28.4%를 총 9천억원에 매각한다.

쌍용정유는 쌍용양회의 정유 보유지분 28.4%를 3천4백억원에 매입할
계획이다.

쌍용정유는 조흥은행 등 국내 2~3개 은행에 특정금전신탁(자사주펀드)을
설정해 관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머지 매각 대금 5천6백억원은 대주주인 아람코와 파리바은행, 쌍용정유
자회사가 합작으로 외국에 설립하는 합작사가 쌍용양회의 금융기관 부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정산된다는게 쌍용측 설명이다.

매각이 마무리되면 쌍용정유는 계열 분리되고 경영권은 아람코와 새로
설립되는 합작사로 넘어가게 된다.

쌍용양회와 쌍용정유는 이같은 구조조정 방안을 마련하고 금감위에
관련규정을 개정해줄 것을 요청했었다.

<> 매각방식 바꾼 배경 =쌍용측은 당초 외국에서 투자 펀드를 조성해
프리미엄을 받고 정유지분을 매각하려고 했다.

그러나 펀드를 조성하기 위해선 예상보다 많은 시간 및 절차가 필요했다.

효율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위해 정유 지분 매각을 서둘러야 했던
쌍용은 자사주 방식으로 정유에 지분을 넘기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아람코도 이같은 매각 방식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람코는 정유의 지분이 비우호 세력에 넘어가는 것을 가장 우려했다.

따라서 일단 쌍용의 지분 및 경영권을 정유와 합작사에 넘긴 후 시간을 갖고
합작선을 물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채권은행인 조흥은행도 단시일내 쌍용에 대한 채권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합작사에 참여하는 파리바은행은 아람코는 물론 쌍용정유와 오랜 거래관계를
맺어온 곳이다.


<> 매각 의미 =쌍용 입장에서 보면 1단계 구조조정이 마무리됐다고 풀이할
수 있다.

9천억원의 매각대금이 유입돼 은행 부채를 상환할 경우 쌍용 전체의
부채비율은 2백% 내외로 떨어질 것으로 회사측은 전망했다.

그만큼 안정적인 사업기반을 구축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쌍용은 탄탄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시멘트 건설 종합상사 보험업을
중심으로 재기의 발판을 다져갈 계획이다.

쌍용은 지난 97년 10월 쌍용제지 매각을 시작으로 자동차 증권 등 그룹의
주력 계열사를 잇따라 매각했다.

또 우이동 연수원 등 부동산을 처분, 부채를 줄이는데 노력해왔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