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치아노 파바로티, 미하일 고르바초프, 로널드 레이건, 샤 를르 드골,
나카소네 야스히로..

정계 예술계에서 각기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던 이들 지도자는 세계적 명사
라는 점외에 또 하나의 공통점을 갖고 있다.

바로 테스토니 구두만 고집하는 "테스토니 마니아"라는 점이다.

정상의 인사들에게 변함없이 사랑을 받으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미적감각과
지명도를 갖춘 구두로 인정받고 있는 테스토니는 올해로 70년의 역사를
맞이한 수제화의 명문가다.

1929년 질좋은 가죽 산업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아메데오
테스토니가 그의 아내, 그리고 4명의 장인들과 함께 차린 작은 구두공방이
그 시작이다.

당시는 하루 4족을 만들어 내는데 그쳤지만 볼로냐 공법이라는 독특한
기술로 제작된 편안한 수제화는 이탈리아 귀족과 부호사이에 곧 탄탄한
명성을 얻어갔다.

일명 주머니 공법이라고도 불리는 볼로냐 공법은 특수제작된 공기가죽
주머니를 밑창에 삽입해 발가락과 그 주위 부분이 구두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제작기법이다.

구두 밑창을 이중으로 박음질해 걸을때는 구두가 늘어났다가 정지했을 때는
다시 원상태로 돌아오는, 마치 장갑과도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이 특징이다.

이 공법은 발이 편한 동시에 신발 내부의 공기 순환을 용이하게 해 박테리아
번식을 막아주기도 한다.

또 이 분야에서 평균 3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장인들의 손에 의해
총 1백68회의 공정을 거쳐야 비로소 완성되는 등 대량생산의 편리함에
길들여진 업체에서는 도저히 흉내내지 못할 공법이다.

편한 구두로 유럽 전역에 이름을 날렸던 테스토니는 2차 세계대전 직후
구두 생산라인 확충과 함께 벨트 지갑 핸드백 등 다른 가죽 액세서리품목의
판매를 시작, 토털 부티크로서의 발판을 마련했다.

테스토니를 지금과 같은 세계적 브랜드로 키운 카를로 피니 회장은 창업자의
외손자답게 사람들의 걸음걸이만 보고도 신고 있는 구두의 좋고 나쁨을
구별할 수 있는 전문가다.

그는 디자이너와 함께 발전문가 및 외과의사를 기획팀에 합류시키는 전통을
따르는 것은 물론 나아가 유럽인 미국인 아시아인의 발 형태를 철저히 분석해
나라별로 각기 다른 라스트(구두틀)를 제작하기까지 했다.

지금까지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추구해왔던 테스토니는 올 추동시즌을
계기로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먼저 오랫동안 브랜드의 상징으로 쓰였던 크레스트(두마리의 금사자상이
마주보고 있는 심볼)의 사용을 일부 품목에 한정시켰다.

대신 현대적인 디자인의 은색 "t자 로고"가 그 자리를 차지할 예정이다.

이같은 변화는 제품에서도 감지된다.

피니 회장은 "이번 시즌 테스토니가 추구하는 것은 엘레강스라는 개념을
총망라할 수 있는 컬렉션"이라고 말했다.

그는 브랜드의 역사와 우아함이라는 패션 요소를 통합시키는 작업의 하나로
70년전에 만든 테스토니 최초의 원형, "블랙 레이블 구두"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일련의 제품들을 발표했다.

그는 이 작업이 "구두의 개념을 단순히 신고 다니는 물건에서 세대를
이어주는 훌륭한 수집품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확신했다.

테스토니는 블랙 레이블의 재현과 함께 6년여 간의 연구끝에 개발한 또하나
의 명품 "이고 구두"의 품질및 디자인을 다시 한단계 발전시켜 출시할
예정이다.

테스토니 여성 컬렉션은 올 시즌에 첨단 기술이 가미된 요소들과 오트쿠틔르
의 정교한 디테일이 조화된 구두, 핸드백을 선보였다.

중간 높이의 스퀘어힐과 뉴베이직 스타일이 특징인 클래시카(Classica),
모직과 가죽이 콤비된 텐덴자(Tendenza), 트렌디한 멋을 자랑하며 스포티한
테크노(Techno)라인 등이 대표적인 제품들이다.

이외에도 우아하고 로맨틱한 플래시 세라(Flash Sera) 등 다양한 슈즈라인을
선보일 예정이다.

테스토니의 핸드백은 그 품질과 디자인면에서 구두만큼이나 높은 명성을
얻고 있다.

이번 시즌 제품은 깨끗하고 간결한 모양과 고급스러운 디테일이 강조됐다.

주요 소재는 얇은 폴리우레탄의 막에 싸인 송아지 가죽, 방수처리된 순록
가죽, 혁신적인 최첨단 개발소재 등이다.

백의 손잡이가 독특한 마니코(Manico)와 귀엽고 작은 아기곰을 연상시키는
워싱 베어(Washing Bear), 작은 사이즈의 미니백 키싱(Kissing), 인체공학적
으로 디자인된 이코노믹 등이 특히 돋보이는 핸드백 컬렉션 라인들이다.

< 설현정 기자 so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