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념 기획예산처 장관은 1일 "내년 재정적자는 GDP(국민총생산)의 3.5%선인
18조5천억원선에서 방어하겠다"며 "2004년부터는 적자를 내지 않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진 장장관의 장담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내년 나라살림 계획을 보면 "과연 정부계획대로 잘 될까"하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는 요소들이 곳곳에 널려 있기 때문이다.

<> 재정적자 축소의지 실종 =당정은 내년부터 광역 및 기초의회 의원들의
의정활동비를 평균 45.2% 올리기로 했다.

지방세 수입으론 자체 인건비도 해결하지 못하는 지자체가 절반을 넘는
상황에서 의원들이 집안 살림보다는 용돈인상에 앞장서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 대목이다.

여기에 내년 나라실림엔 금융 구조조정 추가비용과 부실화된 4대 연금 등
돌출변수가 산재해 있다.

금융부실을 메우기 위해 공채를 발행해 마련한 공적자금 64조원이 바닥을
드러냈다.

대우그룹과 투신사 구조조정에 부어야할 돈은 10조~20조원을 웃돌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공공자금의 이자와 원금손실은 당연히 재정부담으로 돌아온다.

또 거덜난 4대 연금에 대한 처방전엔 예산투입이 감초처럼 등장한다.

더욱이 2일부터 시작하는 당정협의와 10월 국회심의에서 씀씀이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수입의 경우 최근 세제개편으로 특별소비세와 이자소득세 등이 줄어
들어 내년엔 1조5천억원 정도의 세수감소가 우려된다.

세외수입도 공기업 주식매각과 한은잉여금 축소등으로 올해보다 2조2천억원
정도가 축소될 전망이다.

예산당국 실무자조차 "경기가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내년 재정여건이 호전
되리라고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고백할 정도다.

지난해 국가채무 총액은 1백43조원으로 외환위기 이전인 97년의 63조5천억원
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이어 올해말엔 2백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민간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논리에 따라 씀씀이가
고무줄처럼 늘고 있다"며 "대규모 재정적자가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늘어나는 씀씀이 =예산당국은 내년 재정규모 증가율이 91년 4.4%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적자재정 관리의지가 반영된 것이란 말도 빼놓지 않았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 보면 정부의 말이 무색해진다.

정부의 생산적 복지대책에 따른 내년 추가 씀씀이는 2조3천억원에 달한다.

특히 공무원 처우개선을 위해 내년 기본급을 3% 인상하고 가계지원비를
올해 1백25%에서 2백50%로 늘려 주기로 했다.

또 내년 6월까지 민간중견기업의 임금상승률을 반영해 하반기중 공무원
인건비를 최고 3%까지 더 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내년 공무원 인건비는 올해보다 최대 9.7% 오를 전망이다.

서민에 대한 지원보따리도 큼지막하다.

중고생학비 지원에다 대학생 30만명에 대해서도 학자금을 융자해 줄 계획
이다.

기초생활보호대상자도 현재 54만명에서 내년에는 1백54만명으로 1백만명
이나 늘어나게 된다.

대구 섬유산업, 부산 신발산업, 광주 광산업, 경남 기계산업 등 지방지원도
한둘이 아니다.

선거용이라는 지역이 그래서 나온다.

< 유병연 기자 yooby@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9월 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