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로 쓰는 컴퓨터운영체제(OS)에 웬 상표권"

공개된 무료 운영체제인 리눅스(Linux)를 둘러싼 상표권 분쟁이 발생,
관련업계에 파문이 일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출판업자로 알려진 권용태씨가 최근 교보문고 정보문화사
교학사 성안당 등 대형서점과 관련 출판사에 "자신이 리눅스 상표권자이므로
리눅스 관련서적 판매를 중지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면서 시작됐다.

권씨는 지난 95년 9월 리눅스 상표를 출원, 97년 5월에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분야는 컴퓨터프로그램이 수록된 디스크와 녹화된 테이프, CD, 팸플릿,
학습지, 회화, 사진 등이다.

이같은 "리눅스 상표권 행사"에 대해 관련업계가 즉각 반발, 지난 24일
영진출판이 특허청에 리눅스 상표무효심판을 청구했다.

영진출판 측은 "리눅스는 등록되지 말아야 할 상표"라고 주장, 당연히
무효화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리눅스코리아 등 프로그램 공급업체들도 출판업계와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15개 출판사가 30여종의 리눅스 관련서적을, 리눅스코리아
코리아리눅스비즈니스 등이 프로그램과 서버를 판매중이다.

네티즌들도 "공개와 공유를 이념으로 출발한 리눅스를 개인이 영리목적으로
상표화한다는 것은 난센스"라며 조직적인 반대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천리안 리눅스동호회의 대표시삽 박성완씨는 "상표등록 무효화 서명운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반면 특허청은 "국내의 상표등록은 선 출원주의를 택하고 있어 등록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리눅스 상표권 문제가 소송으로 번질 경우 실제 이용상황을 감안한
판단이 내려질 수 있다는 것.

리눅스는 91년 핀란드의 대학생 리누스 토발즈가 만든 OS로 프로그램코드가
인터넷에 공개돼 있어 전세계 누구나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

뛰어난 성능과 무료공개라는 이점을 업고 최근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현재 전세계 7백만~8백만대의 서버(중대형 컴퓨터)에 쓰이고 있으며 IBM
컴팩 HP 선마이크로시스템즈 델 SGI 등 컴퓨터 공급업체와 오라클 인포믹스
등 SW 업체가 리눅스를 채택했다.

국내에서도 정보통신부 주도로 리눅스 표준화작업이 진행되면서 대학
연구소 PC업체 등에서 잇따라 이 OS를 채용하고 있다.

한편 미국에서는 지난 95년 한 개인이 리눅스를 상표로 등록하려 했으나
거부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조정애 기자 jch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