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비즈니스의 속성은 변화와 스피드다.

벤처기업이 야구팀이라면 벤처캐피털은 응원단이자 후견인이랄 수 있다.

타석에 선 타자(벤처기업)는 상대 투수(경쟁사)의 변화구와 속공에 적절히
대응해 안타를 쳐야 한다.

타자의 사기를 북돋우는 것은 감독과 응원단(벤처캐피털)의 몫이다.

벤처 선진국일수록 벤처캐피털은 응원자보다는 감독에 가깝다.

클라이너퍼킨스 등 미국 실리콘밸리의 손꼽히는 벤처캐피털회사들은 "타자"
(기업 혹은 경영인)가 시원찮으면 과감히 갈아치운다.

대만 굴지의 투자기관인 CDIB는 투자기업 사후관리에 특별한 노하우를 갖고
있다.

아시아 지역내 2백70여개 투자기업을 그물망처럼 서로 연결해 지원한다.

한국 벤처캐피털에 없는 막강한 "사후관리팀"이 네트워크 관리를 한다.

피에스케이테크 KMW 이오테크닉스 등 한국의 중견 벤처기업들이 CDIB의
투자를 선호했던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이들에 비하면 한국 벤처캐피털의 활동은 소극적인 편.

"스테레오 모드"의 단순 응원자에 비유할 수 있겠다.

한국에서도 "오케스트라"를 추구하는 캐피털이 있어 관심을 끈다.

지난 2월 공기업에서 민간기업으로 탈바꿈한 한국종합기술금융(KTB)이 그
주인공이다.

KTB는 민영화한지 6개월만에 벤처 종합지원망을 갖췄다.

기존 벤처캐피털 영역에선 생각키 어려운 큰 그림을 그려냈다.

"이영탁(회장) 지휘자가 이끄는 권성문(사장) 악단"이다.

조석래 효성 회장, 박세용 현대상선 회장, 이문호 LG화재 부회장, 추준석
전 중소기업청장, 변용식 조선일보 사장실장, 이석형 법무법인 한백 공동
대표 등이 고정 게스트(사외이사)로 출연한다.

각자 역할이 있다.

오케스트라의 핵심자리에는 벤처투.융자팀, 인터넷 그룹, 사이버증권.자산
운용사, 구조조정팀이 포진했다.

그 옆으로 벤처기업광고.홍보지원센터 경영컨설팅팀 등이 자리잡았다.

탁월한 실력의 국제팀(실리콘밸리지사)도 사이드에 위치했다.

사이버증권에선 비상장기업 주식거래, 자산운용사를 통해선 코스닥 기업
투자업무를 병행하게 된다.

모든 업무가 벤처의 고리로 연결돼 있는 셈이다.

초대석에는 "프로 KTB"팀과 투자기업팀이 예약돼 있다.

KTB 출신들인 프로 KTB 팀원들은 12개 창투사와 벤처지원산업 분야에 널리
퍼져 있다.

KTB 출신의 창투사 사장만도 서갑수 한국기술투자 사장, 연병선
아이티벤쳐투자 사장, 전일선 드림캐피탈 사장, 윤상수 삼부벤처캐피탈
사장 등 4명이나 된다.

이들은 이미 "화사회"란 모임을 갖고 있다.

KTB는 또 그동안 투.융자 지원한 3백50여개 기업을 묶는 작업을 하고 있다.

간담회 등을 통해 투자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고 상호 보완.협력관계에
있는 업체들을 연결시켜 준다는 구상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KTB는 "96% 융자, 4% 투자"의 단순 구도였다.

지난해 1천7백억원의 초대형 부도를 맞고 와해될 뻔한 적도 있었다.

반년만에 달라져도 너무나 달라진 것이다.

"권성문 악단"은 5월과 7월 두차례의 리허설 공연(유상증자)을 가졌다.

수많은 관람객(투자자)들이 자리를 메워 오케스트라의 출범을 축하했다.

후원금이 총 1천9백억원(1,2차 유상증자액) 가량 걷히는 성황을 이뤘다.

권성문 악단이 이제 본 공연에서 어떤 실력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 moon@ked.co.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