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일반은행들이 수익성지표인 ROE(자기자본 당기순이익률)가 선진은행을
훨씬 웃돌아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물론 상반기중 사상최대인 2조8천억원의 이익을 냈지만 그렇다고 우량은행
이 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평화은행은 무려 1백88.9%의 ROE를 기록해 "세계최고"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판이다.

또 조흥(50.4%), 한빛(25.5%)은행은 한국의 초우량은행이라는 주택.신한.
하나(15~16%선)를 훨씬 능가했다.

지방은행중에도 부산 86.3%, 제주 49.0%, 대구 43.4%, 전북 32.8% 등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은 선진은행의 ROE는 10-20%대라고 설명했다.

미국 체이스맨해튼은행의 ROE도 15%선에 머물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은행의 수익성이 과연 세계최고인가.

또 조건부 승인을 받은 은행들이 우량은행들보다 더 나은 장사를 했는가.

결론부터 얘기하면 올 상반기 은행들이 장사를 잘한 것은 사실이지만 ROE
계산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것.

ROE는 당기순익을 자기자본(투하자본)으로 나눈 비율이다.

올 상반기 ROE는 연간 순익추정치(반기순익 x 2)를 상반기 자기자본(평잔
기준)으로 나눠 산출됐다.

국내은행의 ROE가 높게 나온 것은 무엇보다 분모인 자기자본계산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평화은행의 경우 6월말 자기자본은 3천3백57억원이지만 상반기 평잔기준으론
절반이하인 1천5백59억원에 불과했다.

그동안 누적손실로 자기자본을 거의 다 까먹은 상태에서 4,5월중 유상증자
를 실시한 탓이다.

분모가 줄어든데다 분자(최대이익)가 커졌으니 작년 상반기 마이너스
1백46.6%에서 "세계 최고"의 ROE로 급변한 것이다.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다.

2년연속 대규모 적자로 자기자본을 많이 까먹어 분모가 작아지고 순익이
늘어 분자가 커진 만큼 ROE는 커진 것이다.

조흥은행은 오는 10월 해외 DR(주식예탁증서) 발행을 앞두고 상반기 순익
(5천3백77억원)을 최대한 늘렸다는 후문이다.

이로써 91년이후 3~6%(97,98년은 마이너스)대를 맴돌던 대형은행의 ROE가
일제히 20%이상으로 급등했다는 것이다.

하반기엔 상반기 만큼 이익을 내기 어려워 상반기 ROE 계산은 하나마나가
될 전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반기엔 유가증권 투자호황과 자기자본 감소가 겹쳐
ROE가 다소 비정상적으로 나타났다"며 "올해 최종 성적은 많이 달라질 것"
이라고 내다봤다.

금감원이 지난 17일 은행별 ROE를 발표하면서 큰 손실을 본 제일.서울은행
까지 포함시켜 평균 3.55%라고 애써 축소한 것도 이런 연유다.

< 오형규 기자 oh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