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계약하시면 내년에나 차를 받을 수 있습니다"

자동차 시장에 미니밴 열풍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기아자동차의 카렌스와 카스타는 벌써 내년 출고분 계약에 들어갈 정도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카니발도 한달 정도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으며 현대자동차의 싼타모는
7천대 가량 주문이 밀려있는 상황이다.

이에따라 기아와 현대는 출고적체 해소에 고심하고 있다.

기아는 12일 "다음주부터 카렌스를 계약하는 고객들에게 내년에나 차를
받을수 있다는 점을 고지하고 계약을 체결하라는 공문을 각 영업소에
내려보냈다"고 밝혔다.

계약 물량이 4만대 가까이 밀려 올해내에 차를 뽑아주기 힘들다는 것이다.

따라서 출고시점을 사전에 고객들에게 알려 불필요한 원성을 듣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기아 카스타도 이미 지난달부터 내년 1월에나 차를 받을수 있음을 고지하고
판매하고 있다.

이같은 출고적체는 현대의 쏘나타 판매가 절정을 이뤘던 지난 91년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얼마나 밀려있나 =지난 6월 출시된 카렌스는 최근까지 모두 6만대가
계약됐다.

이 가운데 출고된 차는 2만대에도 못 미친다.

4만여명이 차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카렌스 생산능력이 한달 평균 8천대 수준임을 감안하면 당장 계약해도
연내에 차를 받기 어렵다는 결론이다.

이에따라 기아 각 영업소와 본사에는 차를 빨리 뽑아달라는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

기아 관계자는 "오는 9월부터 생산능력을 연 10만대 수준으로 늘릴
계획이지만 출고적체는 올 연말에 가서야 해소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현대정공이 생산하고 기아가 판매하는 카스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지난달 현대정공 파업으로 생산이 중단돼 계약을 자제했음에도 차를
사겠다는 고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차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사람은 모두 1만명.

현대정공이 파업을 끝내고 정상 가동에 들어갔지만 월 생산능력이 2천1백대
에 불과해 언제 차를 받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에따라 기아는 지난달부터 고객들로부터 차를 내년에 받아도 좋다는
확약을 받고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카니발의 경우도 현재 약 5천대 정도가 밀려있고 주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한달이상 기다려야 차를 받을수 있는 상황이다.

현대의 싼타모도 현대정공 파업의 여파로 계약이 7천대나 밀려 있어
연말에나 차를 받을수 있다.


<>왜 인기인가 =가장 큰 인기비결은 낮은 유지비와 저렴한 세금이다.

차값은 동급 승용차와 거의 같지만 구입시 세금은 승합차로 분류되기 때문에
3백만원 가량 적다.

더 큰 이점은 l당 1천2백원선인 휘발유에 비해 LPG는 2백89원으로 연료비가
4분의 1밖에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5년간 차를 몰면 1천만원 가까운 유지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이에따라 세 차종 모두 판매의 대부분을 LPG연료를 사용하는 차가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내년부터 7~9인승 차가 승용차로 분류돼 세금이 크게 오른다는
소문이 돌면서 올해내에 차를 사려는 RV 수요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정부는 등록세 등 관련 세금을 2004년까지 승합차 기준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만들고 있어 내년에 세금인상은 없을 전망이다.


<>현대 대우 움직임 =현대와 대우는 기아 RV가 예상외의 선풍적 인기를 끌자
곤혹스러워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이에따라 양사는 RV시판 일정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는 현재 미니밴 FO 시판을 당초 연말에서 10월초로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대우도 당초 내년초 출시할 예정이던 미니밴 U-100의 출시 시기를 올해
11월로 앞당길 예정이다.

< 김용준 기자 juny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8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