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 사태는 한국경제에 위기이자 기회다. 지금으로서는 기회쪽
비중이 더 크다"

외국의 주요 신용평가기관들이 대우사태에 대해 내린 결론이다.

대우문제를 계기로 경제개혁이 가속화 될 경우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이
한 단계 올라갈 수도 있고, 반대로 개혁이 실패할땐 제2의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낙관적 전망이 우세하다는게 이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DCR는 29일 한국이 대우그룹 사태로 기업 구조조정을
앞당길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고 분석했다.

또 "한국은 6백억달러 규모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고 올해 6~7%의 높은
경제성장률이 예상되고 있어 대우사태의 충격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제는 태국 인도네시아 등 다른 아시아 위기국가들보다 더 건강
하다는게 DCR의 진단이다.

DCR는 그러나 "대우문제를 대기업 개혁의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한국
정부에 충고했다.

DCR는 많은 아시아 국가들이 경기회복을 틈타 금융 및 기업개혁의 고삐를
늦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국가신인도가 타격을 받을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는 오히려 대우사태를 계기로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면
위기에서 좀더 빨리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살로먼 스미스바니는 더 긍정적이다.

이 회사 홍콩지점의 국가위험분석 책임자인 스티븐 타란은 "오는 12월쯤
한국의 신용등급이 한 단계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대우사태가 신용등급 상승에 걸림돌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미국의 국제 신용평가기관인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29일 "대우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한국 금융기관들은 또다른 위기에 직면
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S&P의 와인 기 연구원은 "대우사태가 한국 금융시스템의 고질적인 불량
자산 문제를 노출시켰다"며 "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 금융계의
불량자산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우사태는 제일은행 및 서울은행 매각 지연과 맞물려 한국정부
의 개혁추진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와인 기 연구원은 "한국정부가 대우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금융 및
기업개혁에 보다 과감하게 나서야 할 것"이라며 "기업개혁의 성공없이는
한국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우그룹사태는 곪았던 상처가 터진 것인 만큼 환부를 도려내는 과감한
수술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한우덕 기자 woodyh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3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