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사태와 미국의 금리인상설로 촉발된 금융시장의 위기가 "제2의 환란"
으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지난 97년 기아자동차의 부도로 시작된 악몽이 재연되는게 아니냐는 지적
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그때와는 여러가지가 다르다"고 말한다.

위기상황인 것만큼은 틀림없으나 공포분위기에 휩싸일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기아는 외환위기를 불러온 "뇌관"이었던 반면 대우는 외환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마지막 진통"이라는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기아와 대우의 차이 =기아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된 것은 김선홍
전 회장이 경영권에 집착한데다 정부마저 제대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아는 법정관리를 추진하기로 정부에 약속했다가 화의를 신청, 일을
꼬이게 만들었다.

정부는 금융감독 통합법안을 통과시키는 데에만 몰두했다.

반면 대우는 김우중 회장이 주식과 부동산 등을 담보로 제공해 경영권을
사실상 포기했다.

정부도 긴급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여는 등 신속하게 대응책을 마련했다.

재정경제부 조원동 정책조정심의관은 "대우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은 이미
마련됐다"며 "지난 97년의 위기때와는 달리 "대우의 채무"를 "국가채무"와
구분하는 조치들을 취했기 때문에 국가적인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없다"고
말했다.

<>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마지막 고통 =97년 한보.기아 사태는 경제위기의
시작이었다.

반면 대우는 경제위기를 마무리해가는 단계에서 터져 나왔다.

한보.기아 사태가 터지자 외국투자가들은 "한국기업의 전체 부실이 어느
정도인지 예측할 수 없다" "기업부도로 금융기관이 모두 부실화될 수 있다"
는 등 앞으로 벌어질 사태에 초점을 맞추었다.

실제로 기업부도가 이어졌고 많은 금융기관들이 줄줄이 무너졌다.

반면 대우는 많은 외국투자가들이 어느정도 알고 있었던 사안이다.

일부 외국인들은 대우 문제를 드러내 놓고 해결해야 한다고 일찍부터 주장해
왔다.

이번 사태만 해결되면 걸림돌은 치워진다는 기대감도 적지 않다.

<> 외환보유고의 차이 =97년 당시 정부는 외환보유고를 "1급비밀"로 관리
해야 할 정도로 외화가 부족했다.

외국인들이 빠져 나가고 해외차입이 중단되자 결국 국가부도 위기를 맞았다.

반면 현재 외환보유고는 6백억달러를 넘어서고 있다.

정부가 대우 해외법인의 부채에 대해서는 분리 해결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어 "국가채무위기"와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97년 외환위기 때에도 해외법인의 부채는 금융기관들에 비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 한국시장을 관망하고 있는 외국투자가 =한보.기아 사태가 발생한 이후
외국투자가들은 서둘러 한국을 탈출했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대우 사태가 터져 나왔는데도 외국인들은 여전히 관망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들은 순매도로 돌아서긴 했으나 차익실현이라는 성격이
강하다.

지난달부터 외국인들은 순매도를 보여 왔다.

해외 한국물과 외평채 값이 떨어지는 것은 어느정도 예상됐던 일이다.

자금시장 관계자들은 오히려 조흥 신한 등 시중은행들이 대우 사태 후에도
좋은 조건으로 외화를 신규차입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21일 리보(런던은행간금리)+1.125%로 1억달러를 조달했고
조흥은행은 23일 리보+1.25%로 2억달러를 들여 오기로 했다.

97년의 경우 해외 신규차입은 커녕 만기를 연장하는 것조차 거의 불가능
했다.

<> 자금시장의 일시적 혼란 =외환은행 관계자는 "자금시장의 혼란은
대우에 지원해야 하는 4조원의 자금중 2조6천억원을 떠안게 된 투신사들이
주식과 채권을 팔아치울 것이라는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26일이
지나면 혼란은 진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기관들이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시적 자금경색이라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최근 1조원의 자금을 풀어 저금리 정책을 계속 유지할 방침을
확고히 했다.

반면 97년에는 한치앞을 예측할수 없다는 불안감에서 거의 모든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자금 확보에 나섰다.

자금 가수요가 급증하면서 금리가 겉잡을 수 없이 치솟았었다.

<> 어느 정도 금리상승이 예상됐던 금융시장 =금융계는 회사채 수익률이
연 10%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해 왔다.

자금시장의 한 관계자는 "올해 경제성장률이 7.5%, 기대물가상승률이 1%,
시장리스크프리미엄이 1%라고 본다면 금리는 9.5%를 전후해서 움직이는게
당연하다"며 "대우 사태로 금리상승이 예상보다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고 말했다.

경기회복 단계에서는 어느정도 금리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일부에서는 "대우 사태로 금리가 오를수준만큼 올랐기 때문에 앞으로는
안정세를 보일 여유가 생겼다"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반면 97년은 경기가 급격히 하락하는 가운데서도 금리가 급등했다.

당시 금융권은 금리 자체보다는 시스템이 붕괴된 것이 문제였다.

< 현승윤 기자 hyunsy@ >

[ 97년 경제위기와 99년 주가대폭락의 차이점 ]

<> 97년 경제위기

- 기아와 대우의 차이점 : 기아부도는 경제위기의 시발점
- 외환보유액 : 정부가 내막을 감추고 외국통신에서 외환보유고
바닥났다고 보도
- 경영진 태도 : 김선홍 기아회장, 경영권 집착 법정관리 약속 어기고
화의 추진
- 정부대책 : 금융감독법안에 몰두, 기아해결책 제시 못하고 일처리 지연
- 외국인 태도 : 정부정책과 기업경영의 불투명성 등을 문제삼아 대거
한국시장을 이탈

<> 99년 주가대폭락

- 기아와 대우의 차이점 : 대우사태는 경제위기가 마무리되는 과정에서
터진 마지막 고통
- 외환보유액 : 6백억달러 이상 보유
- 경영진 태도 : 김우중 대우회장, 경영권 사실상 포기 계열사매각 등
강력한 구조조정 추진
- 정부대책 : 긴급 경제정책조정회의 개최, 강력한 구조조정대책 추진
- 외국인 태도 : 대우문제를 해결하면 불안요소는 없어질 것으로 보면서
관망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