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미국의 한 토크쇼에 번쩍이는 검은색 가죽 재킷을 걸치고 나온
팝가수 마돈나는 연신 가죽이 서로 부딪쳐 미끄러지는 소리를 내며 이렇게
말했다.

"바로 구치의 소리예요"

평소 구치의 수석 디자이너 톰포드와 돈독한 친분을 과시해온 마돈나가
이 한마디로 "친한 친구"에게 공짜로 몇억원짜리 광고를 해준 셈이다.

이처럼 패션 브랜드중에는 세계적인 톱스타와 돈독한 우정을 지속함으로써
커다란 홍보효과를 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가는 곳 어디에나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고 항상 파파라치가 쫓아다니는
초특급 인기 스타가 옷을 입어주고 가방을 들어주는 것은 브랜드 입장에서
볼때 효과만점의 걸어다니는 광고판을 확보한 셈이다.

반대로 스타 또한 브랜드 이미지와 연결돼 톡톡히 덕을 보기도 한다.

특히 상류층만을 대상으로 하는 명품급 브랜드들의 패션쇼 무대에 선다는
것은 스타들에게도 영광이다.

패션계에서 손꼽히는 톱모델이나 할리우드 최고 배우가 아니면 아무나 쉽게
설 수 없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즉 최신 유행 아이콘인 "트렌드 세터(Trend Setter)"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명품과의 밀월관계 또한 유지되지 못한다는 말이다.

월드 스타와 패션 브랜드의 밀월관계를 과시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패션모델의 경우 오랫동안 한 브랜드의 광고 모델을 한다거나 패션쇼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식이다.

또 평상시에도 특정 브랜드 상품을 즐겨 애용한다든지 디자이너가 연 파티에
꼭 참석해 카메라 세례를 받으며 은근히 브랜드 홍보에 기여한다.

미국 브랜드 캘빈 클라인하면 톱모델 크리스티 터링턴이 떠오른다.

나오미 캠벨, 린다 에반젤리스타와 함께 세계 3대 슈퍼모델로 꼽히는 그는
우아하고 귀족적인 이미지를 지키며 10년 넘게 캘빈 클라인의 속옷과 향수
모델을 해오고 있다.

역시 최정상급 모델이며 검은 진주라는 찬사를 듣는 캠벨은 이탈리아
브랜드 베르사체와 끈끈한 인연을 지켜오고 있다.

데뷔초 이 브랜드의 모델로 패션쇼 무대에 오르면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나오미는 베르사체가 세상을 떠난 지금도 중심 모델로 컬렉션에 반드시
얼굴을 보인다.

또 베르사체가 여는 공식적인 파티에도 이 브랜드의 옷을 입고 참석하는 등
우정을 지키고있다.

할리우드의 인기 여배우와 가수도 명품급 브랜드와 활발한 교류를 갖는다.

미국 최고의 인기배우 멕 라이언과 샌드라 불럭은 브랜드 안나 몰리나리의
마니아들이다.

이 브랜드의 이탈리아 본사에 가면 디자이너 안나 몰리나리에게 보낸 유명
배우들의 편지가 수북이 쌓여 있다.

샌드라 불럭의 경우 최근 새 영화에 입고 출연하기 위해 한꺼번에 70여벌의
옷을 주문하기도 했다.

프랑스 브랜드 크리스찬 디올은 얼마전 작고한 영국 왕세자비 다이애나와
가수 셀린 디옹이 좋아하는 브랜드로 널리 알려져 있다.

또 할리우드의 정상급 영화배우인 데미 무어와 니콜 키드먼도 공식 석상에서
디올의 옷을 입고 나와 각종 패션지의 톱기사를 장식하는 경우도 많다.

현역 모델중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클라우디아 쉬퍼는 보석 브랜드
불가리에 깊은 애정을 보이고 있다.

불가리 보석 쇼에 출연해 무대를 빛내기도 했던 쉬퍼는 데이비드 커퍼필드
와의 약혼식을 위해 불가리 반지를 특별 주문했다.

또 불가리측은 쉬퍼를 위해 붉은색의 가방을 별도 제작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영화 "마스크 오브 조로"와 "앤트랩먼트"의 히로인이자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꼽히는 캐서린 제타존스와 두말할 나위없는 스타 샤론
스톤 등이 불가리 마니아다.

화장품 모델이자 영화 배우인 엘리자베스 헐리와 보석 브랜드 티파니의
친밀한 관계도 유명하다.

인기 배우 헐리가 목에 걸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티파니의 다이아몬드
크로스 펜던트는 패션 리더들 사이에 굉장한 인기를 모았다.

특히 외국의 유명 배우와 톱모델들이 많이 착용해 "슈퍼모델 크로스"라는
닉네임까지 얻었다.

< 설현정 기자 so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7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