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서해안 교전사태에 이어 금강산 관광사업이 돌연 중단되자 연이은
두 사건이 남북경협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분석하느라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재계는 이번 사건이 남북경협사업의 어려움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단기에 해결되더라도 경협의 단계를 높여가는데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더욱이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전반적인 경협사업이 경색 국면에 접어들
우려도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 주재원만 남은 금강산 =현대는 22일 북한측과 협상을 벌여 조기 사태
수습에 주력했으나 아직 억류 관광객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장전항에 머물던 금강호 관광객 5백40명도 관광을 포기한채 이날 저녁
동해항으로 귀환중이다.

장전항에 현대의 관광선이 자취를 감추기는 지난해 11월 16일 첫 관광선
도착이후 처음이다.

따라서 지금은 현대 주재원 4백26명과 억류된 민영미씨(36.주부) 등 모두
4백27명만 장전항 등 금강산 현지에 머물고 있는 상태다.

<> 현대의 우려 =현대는 이번 사태가 "북측의 정치적 의도보다는 우발적인
사건"으로 추정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사건의 발단이 어떻든 경협사업에 어떤 형태로든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또 억류된 관광객이 곧 귀환하더라도 정부가 관광객에 대해 확실한 신변
보장이 없는한 관광을 쉽사리 재개할 수 있도록 허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도 걱정스로운 부분이다.

현대 관계자는 "당장 금강산에 체류중인 주재원들을 철수하는 등의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이 해결되는대로 북측으로부터 확실한 신변보장을
받아내 곧 관광사업을 재개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는 이번 사태에도 불구하고 지난주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의 조선아세아태평양평화위원회와 합의한 현대 농구팀의
방북과 서해안공단사업을 추진할 실무협상단의 방북은 그대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정부가 경협사업의 속도 조정을 요청할 경우나 사건 해결이 장기화될
경우 내달 12일 방북은 물론 전체적인 경협사업의 일정조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사업 지속 추진 =재계는 일단 사태 추이를 지켜보면서 경협사업은 지속적
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삼성 대북 경협단 16명은 1주일간의 방북일정을 마치고 22일 중국 베이징
(북경)으로 귀환했다.

경협단장인 윤종용 삼성전자 사장은 "실무적인 검토 후 다시 방북을 할수도
있다"고 말했으나 당초 목적이었던 전자제품의 위탁가공생산과 수산물 교역
사업 등에 관한 의향서 체결 여부에 대해서는 응답하지 않아 협상이 순탄치는
않았음을 시사했다.

삼성은 이들 방북단이 귀국하는 23일 북한과의 협의 내용을 검토, 향후
대책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해주 및 남포에 세울 예정인 전자 복합단지사업은 장기적으로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북한 남포공단에서 의류 임가공 공장을 운영중인 대우나 평양 근교와 나진
앞바다에서 TV 조립 사업과 가리비 양식 사업을 벌이고 있는 LG도 일단
기존 사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향후 대책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