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금리정책과 관련한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이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통화신용정책은 단기적으로는 경기회복세를 뒷받침하되 장기적으로는
물가상승 및 경상수지 악화 가능성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물가가 올라가면 돈의 가치는 떨어진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은 소비수요 감소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는 기업생산을 축소시켜 불황을 낳는다.

각국의 중앙은행이 통화가치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 것은 바로 이같은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다.

금리를 올리면 시중 돈이 중앙은행으로 흡수돼 물가불안을 진정시킬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전 총재의 발언은 지극히 원론적이다.

그러나 발언시점으로 볼 때 적잖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분석
이다.

한은은 현재 하반기 금리운용 방향을 그리고 있는 중이다.

한은 관계자는 전 총재의 발언이 이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고 귀띔했다.

사실 한은은 지난 5월 통화신용정책 방향을 발표할 때부터 금리인상 쪽에
무게를 뒀었다.

이후 주가가 폭락하고 장기금리가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같은 부작용이 나타나자 6월 들어선 입장을 다소 선회했다.

"콜금리는 현 수준을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이 경우 장기시장
금리도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후퇴했다.

그러나 한은 내부에선 여전히 물가불안에 대한 경계를 풀어서는 안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특히 시중 여유자금이 부동산시장으로 이동해 부동산가격 상승 등 물가
불안심리를 자극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은도 올해중 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할 일은 없을 것으로 분석한다.

전 총재도 "내수와 수출 호조로 상승세가 지속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다소 높아지겠으나 연간으로는 목표인 2~4%내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정작 내년부터가 걱정이라고 설명한다.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돈을 풀고 금리를 내린 파급효과(물가불안)가
내년이면 본격화할 것으로 진단하고 있는 것이다.

물가불안 조짐이 있으면 금리인상을 단행하겠다는게 한은의 입장이다.

한 관계자는 "4.4분기 께에는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 상황이 올지 모르겠다"
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경기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기 때문에 금리인상 시기를
앞당겨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도 제기한다.

이에대해 경제운용을 총괄하는 재정경제부는 한국경제가 안정성장 궤도로
진입할 때까지 저금리정책을 고수해야 한다는 방침이어서 적지 않은 갈등이
예상된다.

지난 5월이후 한은과 재경부는 금리정책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전철환 총재는 요즘들어 "금리정책은 중앙은행에 책임이 있다"는 말을 자주
한다.

금리정책이 기조적으로 달라질지 주목되는 시기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6월 14일자 ).